코로나19 사태 전환점 맞나…백신 모더나 '청신호'

by김정남 기자
2020.07.15 18:22:27

모더나, 코로나 백신 초기 임상서 긍정 결과
"백신 두 차례 투여 대상자, 중화항체 형성"
27일 3상 임상 개시…통과시 백신 시판 가능
'코로나 대통령' 파우치 소장 "좋은 소식" 환영
코로나 감염 급증 와중에…전환점 될지 주목

미국 바이오기업인 모더나의 정문 로고.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막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한 백신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더나는 이날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mRNA-1273)이 1단계 임상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45명 전원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지난 3월 16일 세계 최초로 사람에게 코로나19 백신 약물을 투여한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백신 접종 28일 후 관찰한 결과 45명 전원에게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날 실린 논문은 앞서 5월 초 모더나의 발표 내용을 외부의 전문가들이 검증한 것이다.

이번 시험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피로감과 근육통, 발열 증상을 약간 보인 이는 있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한 이는 없었다. 모더나는 “실험 대상자 가운데 입원이 필요하거나 목숨을 잃을 만큼 부작용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신을 두 차례 투여한 대상자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형성했다. 이는 코로나19 회복자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더나의 mRNA-1273은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유력 백신 후보군으로 꼽힌다. 인체에 가공된 mRNA를 주입해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만들어 내고, 이를 몸이 스스로 항원으로 인식하게 하는 원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을 둘러싼 돌기 모양의 단백질 스파이크 성분을 몸 안에서 미리 생산한 후 이에 대한 면역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언론 컨퍼런스콜에서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활발하게 제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첫 주인공은 모더나 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모더나는 오는 27일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3상은 안정성과 효과성 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다. 이를 통과하면 백신을 곧바로 시판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사이트인 ‘클리니컬 트라이얼스’에 따르면 모더나의 이번 3상은 약 3만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시험 장소는 미국 30개주(州) 87개 연구소에 골고루 분포해 있으며, 특히 절반 이상은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등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5억달러(약 6000억원) 자금을 투입하는 등 모더나 백신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대통령’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는 “이번 결과를 보면 (모더나의) 백신이 충분한 수준의 중화항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 다수의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에 따르면 모더나의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지 여부가 연말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모더나는 연말 안에 판매 승인을 받은 후 내년부터 연 5억~10억회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백신 개발이 순항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을 일부나마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더나 외에 다른 회사들 역시 임상시험을 계획 혹은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실험용 백신 2종으로 이르면 이번달 말 대대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게 대표적이다.

한편 최근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세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로부터 보고 받은 집계를 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9만6775명으로 나타났다. 누적 확진자는 1296만4809명이다. 실시간 집계를 내는 월드오미터 등에 따르면 이미 전세계 감염자는 1300만명을 넘어섰다. 그 중 미국의 확진자는 300만명이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