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C PO 기술력의 산 증인 '울산공장'…"中·동남아로 무대 넓힌다"

by남궁민관 기자
2019.01.24 16:35:35

SKC 울산공장 전경.SKC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초기지인 울산에서 SK그룹 석유화학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생산기지인 SK울산CLX(컴플렉스)를 중심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생산업체인 SK종합화학, 윤활유 사업을 영위하는 SK루브리컨츠가 자리하며 그룹 석유화학 사업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24일 찾은 SKC 울산공장 역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하면 SK종합화학이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통해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SKC는 이를 받아 PO를 생산한다. PO는 의약품과 식품첨가제, 화장품, 페인트 등 생산에 사용되는 PG(프로필렌글리콜), 쿠션이나 자동차시트, LNG운반선, 보온재 등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올(Polyol)의 주요 원료다.

특히 최근 중국에 PO 생산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인 SKC에게 울산공장은 PO 생산 기술경쟁력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1987년 설립돼 1991년 국내 처음으로 PO를 상업생산한 SKC 울산공장은 2008년 전세계 최초로 HPPO 공법을 상용화하며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중국 합작사 설립 역시 이같은 HPPO 공법이 있기에 가능했으며, SKC는 향후 동남아시아와 중동까지 생산거점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PO를 생산하는 공법은 총 다섯가지에 이른다. 두가지 원료를 병행 생산하는 PO/SM과 PO/MTBE 공법을 비롯해 오로지 PO만 생산하는 HPPO, POC, PO-CL(염소공법) 등이다. 병행생산의 경우 대규모 투자비는 물론 함께 생산되는 SM 또는 MTBE의 판매 부담 등 단점이 있다. 단독 생산 공법 중 가장 대중화된 것은 염소공법이지만, 이 역시 악성 폐기물(염화칼슘)이 발생한다는 단점을 갖는다.

SKC가 앞세운 HPPO 공법이 주목받는 이유다. HPPO는 과산화수소(H2O2)로 PO를 만드는 공법으로, 물 이외에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는다. SKC는 현재 연간 생산량 31만톤(t) 가운데 PO/SM 공법을 이용한 1공장에서 18만t, HPPO 공법을 이용한 2공장에서 13만t을 생산하고 있다.

HPPO 공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공법들에 비해 설비·부지 투자가 많게는 30% 이상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도로 하나를 사이로 바라본 1공장과 2공장의 크기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1공장의 폭은 7000m에 달하는 반면, 2공장은 단 100m 수준.



하태욱 SKC 화학생산본부장은 “SKC는 2006년 독일 에보닉으로부터 HHPO 공법을 도입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설비를 설계부터 상업화까지 2년만에 해냈다”며 “10년 넘게 가동률 100%을 유지하고 있는데, 라이선스를 도입한 곳 중 가동률이 이렇게 높은 곳은 SKC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열 재활용을 도입하는 등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당초 설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60% 이상 줄였으며, 해당 기술은 국제 특허 출원 상태”라며 “울산공장을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SKC는 이같은 HPPO 공법 강점을 활용,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SKC는 지난해 12월 에보닉을 비롯 중국 석유화학기업 QXTD,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티센크룹인더스트리얼솔루션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HPPO 공법을 도입한 PO 생산 합작사를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 설립하기로 했다. 생산량은 울산 PO 생산량과 비슷한 30만t이다. 2021년 상반기에 상업가동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르면 2분기에 최종 합의안이 나올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이날 SKC는 동남아시아 또는 중동에 울산공장과 중국공장에 이은 ‘제3의 생산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 본부장은 “중국 QXTD는 현재 15만t의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으며 45만t까지 증설을 진행 중으로, 합작사 원료 확보에 유리하다”며 “특히 중국 내 PO 생산량 337만t 가운데 187만t이 염소공법으로 생산되는만큼 환경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C는 글로벌 PO 생산량을 2025년 100만t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기준 전세계 PO 시장 규모는 950만t 수준(동북·동남아 454만t)으로 연간 30만~40만t 가량 성장세를 잇고 있다. 유럽과 북미는 다우, 바스프, 솔베이 등 글로벌 석유화학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로컬업체들이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