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천연비누 '무늬만' 천연…인증 기준조차 없어

by이성웅 기자
2018.08.16 13:57:49

소비자원, 천연비누 24종 조사 결과 23종 기준 위반
국내 천연화장품 인증 기준 없어…관련 법 정비 시급

16일 오전 서울 한국소비자원에서 안전감시국 식의약안전팀 김제란 팀장이 국내 천연비누 천연성분 함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픈마켓에 판매 중인 24개 제품의 천연성분 함량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주요국 천연화장품 인증기준에 못 미쳐 규정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국내에서 판매 중인 천연 비누 대부분이 선진국 기준보다 천연 성분 함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오픈마켓에 판매 중인 천연비누 24종 중 23종이 표시 기준을 위반했다고 16일 밝혔다. 오픈마켓은 개인 판매자가 인터넷에 직접 상품을 올려 매매하는 곳이다. 대표적인 오픈마켓으로는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이 있다.

천연비누는 최근 화학성분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도 천연비누 원료 대부분이 천연 성분이고 부작용이 없어 피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구매한다.

실상은 달랐다. 조사 대상 천연비누 24개 중 8개는 ‘천연’이라는 용어를, 20개는 천연 원재료명을 제품명에 사용했다. 7개 제품은 천연성분의 효능을 광고 중이었으나 천연 성분 함량을 표시한 제품은 없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각 제조사에 천연 성분 함량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명확한 자료를 제출한 업체는 2곳뿐이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천연화장품 인증 기준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전 제품이 해당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내에는 천연화장품 인증 기준이 없고, 천연비누는 공산품에 포함된다. 올해 말 ‘화장품법 시행 규칙’ 개정을 통해 2019년 말부터 화장품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조사 대상들은 공산품 기준으로 봐도 표시기준을 위반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품명·중량·주의사항 등 11개 항목을 제품에 표시해야 하지만, 24개 중 21개는 품명과 제조국을 표시하지 않았다. 18개는 주의사항을 표시하지 않았다. 모두 준수한 제품은 1개에 불과했다. 다만, 조사대상에서 포름알데하이드 등 유해 성분 9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관련 업체에 제품의 필수 표시 사항을 기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관련 기관에 천연비누의 제품표시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연주의 화장품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도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주요국 기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천연 화장품 인증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