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년 전부터 준비”…솔루엠, ESL 분사 후 상폐까지 고려
by박정수 기자
2025.12.01 16:48:41
내부 문건엔 ‘ESL 분사→상장폐지’까지 포함된 정황
2023년부터 증권사·법무법인과 지배구조 개편 준비
주가 상승·하락 가정해 경영권 매각 시나리오도 마련
공시는 ‘사실무근’ 반박…솔루엠 “RCPS는 단순 조달”
[이데일리 박정수 박순엽 신하연 기자] 전자부품 전문기업 솔루엠(248070)(SOLUM)이 이미 2년 전부터 핵심사업인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부문의 분사를 계획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ESL 분사 후 상장폐지 또는 매각 시나리오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솔루엠 내부 문건에 따르면 회사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ESL 인적분할 후 상장폐지 방안을 명시했다. 솔루엠은 이미 2023년부터 ESL 분사 준비에 착수해 증권사와 법무법인, 회계법인에 지배구조 개편 자문을 의뢰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에도 미래에셋증권(006800)과 지주사 전환 자문 계약을 검토했으며, 대형 법무법인은 2023년 2월 솔루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법적 검토를 수행했다. 지배구조 개편 초안에는 △투자·전자기기부품 사업부문 인적분할(1단계) △투자 사업부문(지주사)이 전자기기부품 사업부문을 교환공개매수해 자회사로 편입(2단계)하는 방식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현물출자로 지주사를 설립해야 조세특례제한법·법인세법상 과세 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당시 솔루엠이 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개편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해당 기업의 자회사 지분가치가 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된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별도 기준 솔루엠 자산은 4470억원, 분할 후(시가 2대 8 가정)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자산은 각각 2075억원, 2395억원으로 교환공개 매수 진행 시 지주회사의 자산은 4026억원에 그쳐 요건 충족이 어려웠다. 자회사 가치 역시 48.8%로 요건에 미달했다.
이에 법무법인은 △자회사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을 원가법에서 지분법으로 변경 △분할기일까지 발생한 유보이익 활용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자금 조달 등을 자산총액 요건 충족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자회사 지분가치 요건(50%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기(009150) 등 주요 주주의 현물출자 유도 △지주사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자회사에 대한 증자 △해외 자회사 지분을 국내 자회사에 현물출자 또는 포괄적 주식교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솔루엠은 올 1월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ESL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위한 세부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특히 분할 신설회사인 ESL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와 하락 또는 유지되는 경우로 나눠 각각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
솔루엠은 ESL 성장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상장폐지 △ESL 경영권 매각 △ESL 미매각 등으로 안을 짰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유지되는 경우 △상환권 행사 및 신규 상환전환우선주(RCPS) 재발행 △제3자 협력사가 매수청구권 이행 등이 시나리오에 포함됐다.
특히 상장폐지 방안은 지주사인 홀딩스가 제3자 배정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행해 자금을 확보한 후 해당 자금으로 ESL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RCPS 투자자와 최대주주 지분을 80% 이상으로 한 후 교부금 방식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홀딩스와 ESL을 모두 상장폐지 하겠다는 구조로 정리됐다.
이후 솔루엠은 올해 4월 ‘비전 3·3·3’을 제시하며 비전선포식을 열고 표면적으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와 신규 성장동력 발굴 등 자금 확보 차원에서 1400억원 규모의 RCPS 발행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와의 계약 내용에는 ESL 인적분할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솔루엠은 4월 21일 최대주주 전성호 대표에게 자기주식을 매각하려 했으나 소액주주 반발이 커지자, 5월 19일 자사주 소각으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배구조 개편의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한편 솔루엠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솔루엠 관계자는 “올해 초 미래에셋벤처투자와 RCPS 투자협약을 체결한 사실은 맞지만 목적은 RCPS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ESL 인적분할, 공개매수 등은 논의된 사실이 없다. 해당 협약은 상호합의 하에 올해 5월 종료됐으며, 이후 현재 투자자와 새로운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7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며 “ESL 사업 분사와 승계는 사실이 아니며 공시 이후 현재 시점까지 전혀 검토한 사실이 없다. 한국거래소와도 동일하게 소통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