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BK의 오판…홈플러스 알짜점포 매각 결국 독 됐다

by이건엄 기자
2025.03.06 18:28:44

재무개선 위해 핵심 매장 매각했지만 효과는 전무
현금창출력 5년 새 반토막…차입금 부담은 비슷
현금유입 감소에 실질적 부채 부담은 오히려 확대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그동안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행한 알짜점포 매각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을 매각했음에도 절대적인 차입금은 오히려 커진 상황에서 알짜점포 매각으로 현금창출력 둔화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각 후 임차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임대료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난 2016부터 2023년까지 투자부동산 등을 포함한 4조1130억원의 자산을 재무건전성 개선 목적으로 매각하거나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했다.

해당 자산에는 홈플러스 안산점과 부천 상동점 등 알짜점포가 포함돼 있다. 이미 폐점한 안산점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 중 5위 권 내에 드는 매출 우수 매장이다. 전국 매출 1위 점포로 알려져 있는 부천 상동점은 오는 7월 폐점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이같은 자산매각이 홈플러스 경쟁력을 오히려 갉아먹었다고 보고 있다. 차입금 부담 축소를 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지만 효과가 미미한데다 알짜점포 매각에 따른 고객 유입 감소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하향세 속에서 알짜점포 매각이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알짜점포는 매출과 수익성이 높은 핵심 자산으로 이를 매각하면 안정적인 영업이익 창출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차입금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각 점포를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재임대할 경우 임차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차입금을 줄여도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홈플러스의 2024/2025 회계연도(FY) 3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은 1937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2022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최근 5개 회계연도를 놓고 보더라도 FY 2020/2021에는 5661억원에 달했던 EBITDA가 FY 2023/2024에는 272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반면 차입금 규모는 자산 매각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에서 보듯 과중한 차입 부담이 홈플러스의 신용도 하락을 촉발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점포 매각은 자산 감소로 이어져 신용등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산감소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재무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점포 매각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2814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월 말 5조5002억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이 차입금 경감에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60.3%로 적정 수준(30%)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오히려 현금유입이 줄면서 실질적 차입 부담을 나타내는 순차입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5조3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1926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순차입금에서 리스부채를 제외한 순이자부채도 1조3073억원에서 1조7987억원으로 37.6% 증가했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점포 매각 시 단기적으로는 매각 차익이 반영돼 재무제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점포를 팔면 본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줄어들어 장기적인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점포 매각을 통해 차입부담을 줄이는 경영전략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값에 자산을 매각하기 힘들어진데다 핵심 점포 정리로 성장동력이 저하된 만큼 선택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기업2실 실장은 “점포 매각도 부동산 시장이 좋아야 원활하게 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영업현금창출능력 부진, 높은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