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저력 가진 한국인들…유산·디지털기부로 새 영역 개척"

by이정훈 기자
2022.03.02 18:09:43

[만났습니다]조흥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①
"QR방식 활용한 모금액 80% 급증…메타버스 활용도 호평"
"유산기부 또는 골동품·그림 등 활용한 기부 활성화 검토"
"올해도 코로나 대응 4대분야 우선…교육격차 해소 주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리 국민들에겐 대대로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정(情)과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저력이 있습니다. 그 덕에 코로나19가 이처럼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당초 목표보다 더 많은 기부금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유산 기부나 디지털을 활용한 기부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조흥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조흥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말연시 나눔 캠페인인 `사랑의온도탑`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비결을 이 같이 풀이하면서 새로운 기부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국내 대표 사회복지학자로 꼽히는 조 회장은 199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만들 당시 설계자 중 한 사람으로, 2007년까지 모금회 위원으로 일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적하다 2018년부터 3년 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냈다. 모금회 회장에는 작년 5월에 취임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이번 사랑의온도탑도 115.6도로, 목표를 넘었다. 코로나 장기화에 살기 팍팍한데도 나눔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사실 재작년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경제상황이 어려우니 모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해 모금 예상액 6500억원을 훨씬 넘은 8400억원이나 모금이 됐다. 물론 당시엔 대통령에서부터 고위 공무원들까지 자신의 급여 10%를 기부로 뗐고, 이후 공공기관과 대기업들까지 모금에 적극 참여하면서 모금액이 늘어날 수 있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공동모금회가 예상했던 것보다 1300억원 정도 더 모금이 이뤄지긴 했다. 그러다 작년엔 코로나19 발생 2년째라 모금이 잘 안될 걸로 봤는데 연말연시 캠페인 기간에만 3700억원 목표를 넘은 4275억원이나 모금됐다. 개인 기부자수가 줄었지만, 다액기부가 늘어나면서 기부자 1인당 기부액이 오히려 늘어났고, 대기업 기부가 예년에 다소 못 미쳤는데도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기부가 더 늘었다. 또 익명의 기부자도 늘어났다. 우리 국민들에겐 대대로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정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한국 사회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는 저력이 있다.



-올해 캠페인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QR코드 등을 활용한 모금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재작년부터 QR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모금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그런 방식으로 모금액이 80%나 늘었다. 전체 모금액 자체가 크진 않지만, 곧바로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라 나름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특히 올해부터는 네이버 제페토(Zepeto)와 제휴해 메타버스 내에 공동모금회의 홍보관을 만들어 기부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처음 도입했다. 기부 교육도 하고 아이들이 가상공간 내에서 기부체험과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는데,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아직은 홍보가 주목적이지만, 앞으로는 기부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2년 정도만 지나면 MZ세대를 중심으로 주요한 모금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기부 영역도 개척해야 할 듯 하다.

△예전부터 문의는 많았지만 아직은 좀 낯선 영역이 유산 기부나 골동품, 그림 등을 통한 기부가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를 통해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문의가 들어오는 수요를 보고 있고, 비정부기구(NGO)들이나 국회와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포럼도 열고 이슈화할 생각도 있다. 아울러 디지털을 활용한 기부도 기회로 보고 있는데, 최근엔 게임회사들이 만드는 소셜게임을 통해 게임과 기부를 결합하는 방식을 더 이용하려 하고 있다. 게임할 때마다 기부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수요가 충분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올 한 해 공동모금회의 핵심 사업은 어떤 것인가.

△아직 올해까지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우선일 것 같다. 코로나19 대응은 크게 4가지 분야로 이뤄지는데, 소상공인 일상회복 지원이 최우선이고 위기가정에 대한 긴급 지원과 가정 내 아동학대 예방,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회 취약계층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 지원, 교육 격차 해소 지원이 그 것이다. 특히 교육 격차 해소는 중요한데, 격차를 완화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비를 지원하는 한편 보호시설에서 나와 홀로 자립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일까지 한다. 실제 공동모금회는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가 만든 기금을 통해 소상공인들 자녀 중 300가구를 선정해 5년 간 매년 20억원씩을 투입해 아이들의 대학 진학까지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회 백신`이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와 우리들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