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의 교훈‥"결국 아시아나 주인은 대한항공뿐"

by이승현 기자
2020.11.12 20:28:25

9월 노딜 이후 아시아나 구조조정 모드 돌입
항공분야만 남겨둬 사실상 인수준비 수순 해석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적극적 행보..재무적투자 참여
현대기아차처럼‥그룹내 대한항공·아시아나 유지될듯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입장에서도 아시아나 주인찾기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다만,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이후에도 두 회사를 합치지 않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브랜드를 함께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한 그룹 내 두개 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구도다.

(사진=뉴스1)
올 들어 수개월간 지연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작업이 지난 9월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는 사실상 구조조정 모드에 돌입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6월 공시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결정을 통해 아시아나IDT와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에 대한 예비입찰 등 본격적인 매각을 위한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리조트 분리 매각 방침도 포함됐다. 아시아나가 자회사 분리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몸집 줄이기를 추진한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사실상 항공분야만 남겨두는 뜻이다.

아시아나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 뒤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큰 그림’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HDC현산과의 ‘노딜(No Deal)’ 이후 항공부문만 남겨 놓은 건 이미 대한한공을 염두에 두고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 차원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는 점도 적극적인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한진칼은 이 돈으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 30.77%를 매입하는 구도다. 한진칼은 사실상 큰 자금 부담 없이 아시아나의 1대주주가 될 수 있는 방안이다. 여기에 한진그룹으로선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어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산업은행의 적극적 행보는 코로나19 지속화에 따른 업계 불확실성 때문에 항공사를 살 곳은 결국 항공사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HDC현산과의 수개월간의 밀고 당기기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서 얻은 교훈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선 아시아나를 인수할 곳은 대한항공밖에 없다는 애기가 많았다”면서 “결국 그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 지분 인수의 주체는 대한항공이 아니라 한진칼이다. 국내 1위와 2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몸집을 합하는 게 아니라 한 그룹 내에 두개의 회사가 함께 있을 거라는 얘기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우리나라랑 비슷한 인구규모를 가진 나라들이 대형항공사를 1곳씩만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2개의 대형항공사가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항공사간 합병 사례가 많았다. 2008년 세계 3위인 미국의 델타항공과 6위인 노스웨스트항공사가 합쳤고, 2010년엔 미국내 3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의 지주사인 UAL이 콘티넨탈을 약 31억7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2000녀낻 이후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7년에는 독일 2위 항공사인 에어베를린을 사들였다.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역시 2004년 네덜란드 국적항공사인 KLM과 합병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대한항공이 국내 1위 항공사이지만 글로벌 마켓에 내놓으면 여객 기준 20위권 밖”이라며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대형항공사간 인수합병(M&A)를 통한 규모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