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유연안정성’·김관영 ‘선거제 개편’…다 덮은 나경원 ‘말폭탄’

by김미영 기자
2019.03.13 17:41:52

13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 마무리
노동운동가 출신 홍영표, 노동개혁 강조 ‘주목’
나경원 연설, 본회의장 ‘아수라장’에 후폭풍까지
‘젠틀’ 김관영, 정부 ‘공과’ 균형감 있게 짚고 대안들 제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13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끝으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대국민연설이 일단락됐다. 정쟁에 시간을 허비하다 3월에야 올들어 첫 국회가 열리면서 마련된 자리였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폭탄만 부각되면서 국회 운영에 책임있는 정당들의 비전을 전달하는 데엔 실패했단 평가가 나온다.



첫 주자로 나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홍 원내대표는 11일 “노동 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덴마크의 ‘유연 안정성’ 모델을 노사상생의 해법으로 내놨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국회에서도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내는 등 국회의원 누구보다 노동현안에 관심과 이해도가 깊은 홍 원내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란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홍 원내대표는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공 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면서 대기업-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임금 정규직 노조의 결단도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의 연설은 당내에선 호평 받았지만, 야당에선 평이 엇갈렸다. 민주당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 연설 후 ‘유연 안정성’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더 많아졌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보수적’이란 평을 들었던 당 의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 것 같다”고 평했다.

한국당에선 “노동계 출신 원내대표여서 민주노총의 ‘촛불 청구서’가 남발되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현장의 병폐를 정확하게 진단해 다행스럽다”면서도 “민주노총에 끌려 다니지 말고 양보와 동의를 끌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국민의 고통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이 핑계와 변명 그리고 공허한 청사진의 도돌이표로 일관했다”고 총평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노조위원장 출신으로서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언급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야당과 소통해 반드시 실천하고 결실맺길 희망한다”면서도 “사회적 대타협 등을 강조하면서 ‘제조업 르네상스’, ‘일터혁신’ 등 하나하나 듣기에 좋은 말들만 늘어놨다”고 꼬집었다.

홍 원내대표의 연설은 공교롭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재판일에 이뤄져 예상보다 파급력이 낮았다. 반면 다음날인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거센 후폭풍을 몰고왔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문 대통령과 3당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 간 7자 회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원탁회의, 권력 분산형 원포인트 개헌 등을 제안했지만, 방점은 문재인 정부 비난에 찍혔다. 연설의 대부분이 정부 비난으로, “헌정 농단 경제정책”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 “먹튀·욜로·막장 정권” “기업 자유 뺏는 강탈, 착취 정권” “빅브라더 이은 문브라더” 등 거친 표현이 난무했다. 그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외신을 인용한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연설은 20여분 중단됐고, 본회의장엔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쳤지만, 다른 야당들은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바른미래당에선 “국회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 싸구려 비판, 편협한 생각”(김수민 원내대변인)이란 반응을 냈고, 민주평화당에서도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라고 혹평했다.

나 원내대표 연설은 강력한 여진도 낳았다. 민주당은 13일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모독하고 의원으로서 품위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국회 윤리위에 징계안을 냈다. 한국당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를 맞제소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김관영 원내대표는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합리적 대안 제시에 주력했다는 평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비판하면서도 카풀서비스 갈등 중재 성과를 치켜세우는 등 정부의 ‘공과’를 함께 짚었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당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을 강조하고, 내년 최저임금 동결, 미세먼지·저출산·자살 대응을 위한 국가적 기구 설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에선 지난해 정기국회 때 호평 받았던 연설과 함께 “믿고 듣는 연설”이라고 자찬했지만, 다른 당의 평은 온도차가 있었다. 민주당에선 “민생개혁 입법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공감한다”(강병원 원내대변인)이라고 긍정평가가 나온 데 반해, 한국당에선 “선거제 개편을 위해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주의 포기 카르텔’ 동참 선언”(이양수 원내대변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부작용이 더 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언로가 막혀있던 1981년에 만들어진 이 제도는 당시엔 면책특권으로 민감한 정치현안을 말할 수 있는 통로였지만, 88년 이후엔 국회 파행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연설에서도 각 40분 연설에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말곤 기억나는 게 없잖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