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바이든 세계 경제대통령까지 바꿀까

by이준기 기자
2020.12.16 19:00:00

다양성 중시…''여성'' 브레이너드 ''흑인'' 퍼거슨 거론
월가 "코로나 충격 여파 지속"…파월 연임에 무게
일각 "시장안정 고려 ''연임 후 임기단축'' 시니리오도"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뉴욕 월가(街)에선 소위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 중앙은행(연준·Fed) 수장의 교체 가능성 등을 두고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임기는 2022년 2월까지로, 4년 임기 중 절반가량이 남았다. 연임이 통상적인 만큼 바이든의 허락이 떨어진다면 2026년 2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문제는 파월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라는 데 있다. 최근 바이든 내각의 무게중심이 ‘다양성’에 기운 만큼 ‘여성’이나 ‘유색인종’ 의장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여성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나 흑인인 로저 퍼거슨 전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 최고경영자(CEO) 이름이 회자하는 이유다.

브레이너드·퍼거슨 두 사람이 부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미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된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과 막판까지 경쟁을 펼쳤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빈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전략대표는 로드리게스는 CNN방송에 “바이든은 더 다양성을 지닌 지도자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연준 의장 교체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사진=AFP
그러나 파월을 재신임할 것이라는 분석은 여전히 대세다. 아무리 파월이 트럼프가 임명한 인물이라도 해도, 일단 코로나19발(發) 경제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하는 파월 교체는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을 연임시킨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부추긴다. 파월이 경기부양 프로그램의 설계자로, 그 누구보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파월 재신임 카드는 상원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재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가이 르바스 수석채권전략가는 “파월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본인의 임무를 잘 수행해냈다”며 “유능하고 꾸준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입장에서도 ‘상사 바이든’은 나쁘지 않다. 사사건건 통화정책에 개입해오며 불협화음을 냈던 트럼프보단 말이다. 로드리게스는 “파월은 아마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사를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바이든이 옐런 전 의장을 교체한 트럼프 사례처럼 2022년 2월 연임을 불허한다고 해도 파월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정책’ 대부분은 유지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당장 연준이 더 많은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일지라도 시장이 겁먹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하려면 연준의 비둘기파적 시그널은 필수적이라는 논리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이 파월을 연임시키되 2024년 대선 전 교체하는 시나리오도 월가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시장 안정과 파월의 체면을 세워주는 동시에 자신이 지명한 연준 수장을 앉히는 두 토끼를 잡으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은 16일 오후 2시30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화상브리핑에 나선다. CNN은 “연임 가능성과 후임자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파월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고 썼다.
로저 퍼거슨 전 교직원퇴직연금기금 최고경영자.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