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칼날에 추풍낙엽…통합당 4선 이상 중진 70% 물갈이(종합)

by김겨레 기자
2020.03.11 17:17:02

통합당, 4선 이상 70% 이상 교체
17명 中 5명만 현 지역구 공천
친박·비박·영남은 대거 물갈이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날에 통합당 4선 이상 중진 의원 70% 이상이 물갈이됐다.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진들만 살아남고, 영남·친박·비박 의원들은 추풍낙엽처럼 컷오프(공천배제)됐다.

통합당의 4선 이상 중진 17명의 공천결과를 분석해보면, 이들 지역구의 70.6%(12개 지역구)가 새 얼굴로 교체됐다. 자신의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은 심재철 원내대표(5선·안양 동안을), 나경원 전 원내대표(4선·서울 동작을), 조경태 최고위원(4선·부산 사하을) 신상진 의원(4선·경기 성남중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4선·충남 공주부여청양) 5명이다. 모두 계파 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친박 정우택 전 원내대표(4선)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를 떠나 상대적으로 험지인 청주 흥덕구에 배치됐다. 청주 흥덕구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리 3선을 지낸 진보진영의 텃밭이다. 비박계인 주호영 의원(4선)도 대구 수성구을에서 수성구갑으로 지역구를 바꿔 김부겸 민주당 의원과 본선을 치른다.



김형오 위원장은 계파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중진 대다수를 교체했다. 수도권에선 친박 원유철 의원(5선·평택갑)과 비박 정병국 (5선·경기 여주양평) 의원은 공관위의 압박 끝에 불출마했다. 정병국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말 못한 서운함과 못다한 이야기는 한강 물에 묻겠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앞서 김무성(6선)·정갑윤(5선)·김정훈(4선)·유기준(4선)·유승민(4선)·한선교 의원(4선)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남에선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주영 의원(5선·경남 창원마산합포), 김재경 의원(4선·경남 진주을)을 컷오프해 반발이 거세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이 단단히 잘못됐다”며 “공관위원들이 오로지 현역교체율을 높이기에 집착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김재경 의원도 공관위가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공관위의 불통의 벽이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게 한다”고 비난했다.

4선 이상 의원 70%를 바꾸다 보니 통합당 내에선 4·15 총선에서 승리해 1당을 차지한다 해도 국회의장을 낼 사람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유명한 사람을 대거 물갈이하니 여론은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선수가 높다고 다 자르면 당에 어른이 없어지지 않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