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무역분쟁 최대 수혜국은 中..韓 GDP 최대 5% 손실”(종합)

by김종호 기자
2019.07.10 20:00:08

한경연, 10일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
"맞불 대응이나 불매 운동 등 감정적 대응 우선 분위기 우려"
"일본 정부 수출 승인 자체 불허시 관련 산업 전반 차질 발생"
"기업 물량 확보 실패할 경우 한국 GDP 최대 5.4%까지 손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주완(왼쪽부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종호 기자)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 할 경우 중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일 양국 다툼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전자 산업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철저하게 보복 규제를 준비한 일본이 조만간 추가 규제를 시행하는 등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 참석한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 줄어드는 데 그친다”며 모의실험을 통한 경제적 영향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도 부품 등의 수출규제로 맞대응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GDP 감소폭은 각각 3.1%, 1.8%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까지 늘어난다고 가정 시 한국의 GDP는 4.2~5.4%까지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 확대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GDP 증가는 미미한 수준(0.03%)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 산업에서 한국 생산이 20.6%, 일본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해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 수 있다”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 대응방안으로 거론하는 대체제 마련이나 소재 국산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계획대로 실행하고 추가적인 무역 제재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시각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소재 수출 승인 자체를 불허할 경우 관련 산업 전반의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산업 특성상 소재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소재 대체 주장도 일본이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정부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대응책에 대해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판결의 승패를 떠나 최종 판결까지 2~3년이 걸리는 등 장기화할 수 있다”면서 “WTO 상소기구 위원 7명의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 위원이 1명밖에 남지 않아 정상적인 절차 진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정부가 국내 소재 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소재 산업의 생태계를 바로 잡아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원으로 소재 기업을 키우고 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근 한경연 전무는 “국내 소재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데는 환경적인 이슈도 존재한다”며 “화학물질 공장을 세우려고 하면 환경단체 반대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소재 기업을 키우는 것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인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정부가) 이런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맞불 대응이나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우선하는 분위기를 우려한다”면서 “기업 신용등급 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