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FC 2019]"핀테크판 확 키우려면…혁신적 시도 필수"(종합)
by장순원 기자
2019.03.22 18:37:04
금융 세션서 다양한 핀테크 협력방안 제시
내년쯤 10조 시장 성장‥韓 기술지원 절실
베트남은 기회의 땅‥국영 기업 IPO 주목
보험시장 고속성장‥위기극복 노하우도 공유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22일 베트남 인터컨티넨탈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제8회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핀테크 협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베트남(하노이)=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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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8회 이데일리 국제 경제·금융 컨퍼런스(IEFC) 금융 세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핀테크(금융+IT) 협력방안을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의 경험을 전수하며 보험과 자본시장을 키울 비법도 공유했다.
컨퍼런스의 최대 화두는 핀테크 분야의 협력 방안이었다. 사실 베트남은 현금거래 비중이 65%나 될 정도로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이 깊은 곳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디지털 지갑을 활용한 스마트거래가 확산하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현금없는 경제’를 추진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쩐 후 득 베트남 핀테크클럽 부회장은 “아세안(ASEAN) 국가가 핀테크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 기반은 부족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결제를 포함해 기존 은행들과 핀테크기업 간 협력을 통해 여러 편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핀테크의 도전 분야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디지털 결제, 블록체인, 전자 실명인증(e-KYC), 개인 간(P2P) 금융”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약 88억 달러(약 10조원) 규모 시장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협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는 달리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리눅스(Linux) 운영 체제를 도입했다”며 “기존 은행권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봤지만 혁신적 시도를 통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고객 혜택으로 돌아 갔다”고 덧붙였다.
이재범 BTCC코리아 대표이사는 ‘새로운 한-베 블록체인 산업화 공유 모델과 디지털 월렛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의 첫 연사로 나서 “향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이에 파생된 상품을 빠르게 만들어 낼 것”이라며 핀테크 기반 신규 금융서비스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등을 5대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베트남은 매년 6%씩 성장하는 지역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곳이다.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강문경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대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흐름에서 비상장기업을 거래하는 ‘업콤(UPCOM)’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고 나올 때(엑시트) 가장 중요한 게 유동성인데, 업콤 시장이 규모도 크고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하노이·호치민 증권거래소에서는 상장기업을 주로 거래하지만 업콤 시장은 비상장기업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시가 총액은 50조원 규모로 호치민 거래소(약 150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연사로 나선 레티 투 하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 유가증권부 부국장도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SSC는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주도하는 기관이다.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투자규제를 완화하려는 준비 중이다.
베트남 보험시장에서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는 얘기도 오갔다. 도안 타잉 뚜언 재무부 보험감독 부국장은 “전체 보험사의 매출은 2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생명보험의 경우 30%씩 커지고 있다”며 한국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권했다. 한기정 보험연구원장은 “성장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려면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베트남 보험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보험연구원과 같은 전문연구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금융 세션에서는 1997년 한국의 IMF 위기 극복 노하우도 공유했다.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기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운명”이라면서 한국이 겪은 두 차례 금융위기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에 위기 대응의 원칙을 소개했다. 최근 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 베트남도위기 가능성을 피할 수 없으니 미리 대비하라는 당부인 셈이다.
손 교수는 “각종 선행지표를 통해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위험 수준을 미리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도 1997년 위기를 통해 조기경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고 1999년 국제금융센터(KCIF)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위기 확산의 방지를 거론하며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튼튼한 재정이었다는 점에서다. 손 교수는 “한국은 걷어가는 세금보다 지출을 적게 했던 기조를 유지했고, (그런 점이) 위기 극복과정에서 효자 노릇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의 취약한 부분이 나타나면 정치권을 포함한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