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에 세금 매긴다"…중국, 출산율 올리기 초강수
by양지윤 기자
2025.12.02 16:07:30
중국, 인구절벽에 정책 전환
보육·결혼 관련 서비스는 면세 대상 지정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공중보건 측면 우려의 목소리도
SNS선 "콘돔도 못 사는데 애는 어떻게 키우냐" 비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이 콘돔을 포함한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30여 년 만에 출산 억제 정책에서 방향을 틀었다. 급감하는 출산율과 인구 감소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 | 중국 동부 장쑤성 타이저우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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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최근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1993년부터 면세 대상으로 유지돼 온 피임기구와 피임약에 대해 내년 1월부터 13%의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1990년대 엄격한 ‘한 자녀 정책’ 시행 아래 피임을 적극 장려했던 과거 정책 기조와는 완전히 상반된 움직임이다.
개정안은 또 보육 서비스(보육원·유치원 등), 노인 요양시설, 장애인 복지기관, 결혼 관련 서비스 등을 면세 대상으로 지정해 예비 부모들에게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번 개정안은 3년 연속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중국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의 출생아 수는 2024년 954만명으로, 10년 전 한 자녀 정책 폐지 당시의 1880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콘돔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보고 있다.
유와인구연구소의 인구학자 허야푸는 “세금 부과는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이는 출산을 장려하고, 낙태를 줄이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출산율 회복을 시도하는 데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유와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를 성인(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53만8000위안(약 1억1170만원)으로 추산된다. 청년층은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고용 시장 속에서 이 같은 비용 부담을 꺼리고 있다.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일부 청년은 결혼과 육아보다 자신의 경제적 안정과 커리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부가세 부과는 피임뿐 아니라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률은 지난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인구 10만명당 0.37명에서 8.41명으로 급증했다. 대부분은 피임 없는 성관계로 인한 감염이며, 전문가들은 콘돔 가격 인상이 성병 예방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젊은 층의 HIV 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콘돔 가격을 올리는 건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콘돔을 살 여유도 없는 사람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냐”며 가격 인상만으로는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