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공개매수 끝난 고려아연…‘집토끼’ 이탈 막을 수 있을까

by허지은 기자
2024.10.23 18:06:12

한투·모건스탠리 등 FI 고점 매도 가능성
한국타이어 子, 공개매수 단타로 8억 차익
“기금 수익률 고려” 국민연금 향방도 주목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늘(23일) 종료됐다. 40여 일 가까이 진행된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모두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개매수로 압도적인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집토끼’ 8곳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통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날 오후 3시 30분 종료됐다. 고려아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17.5%를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하고, 우군인 베인캐피탈은 2.5%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결과는 이날 정규장 마감 뒤 이르면 24~25일께 공개될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서 한 달 넘게 지속된 공개매수 다툼은 끝났다. 앞서 MBK·영풍 연합은 지난 14일 종료된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얻어 총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고려아연 측 지분은 기존 최 회장 일가 및 우호 지분(33.99%)에 베인캐피탈 지분을 더해 최대 36.49%로 끝날 전망이다.

공개매수 종료로 이제 공은 임시 주총으로 넘어갔다. 양측의 의결권 지분 격차가 한자릿수에 그치는 만큼 임시 주총 소집을 둘러싸고 양측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MBK·영풍 측은 신규 이사진 후보를 물색하며 벌써부터 임시 주총에 대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고려아연 역시 이사회 논의를 통해 임시 주총 소집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범 회장 측은 최씨 일가 지분이 15.56%에 불과하고 우군으로 분류되는 외부 주주 지분이 18.37%로 더 많다. 한화(계열사 합산 7.80%) 현대차그룹(5.05%), LG화학(1.90%), 트라피구라(1.50%), 한국투자증권(0.80%), 한국타이어(0.80%), 모건스탠리(0.50%), 조선내화(0.20%) 등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중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과 자사주를 맞교환했고, 현대차그룹은 업무협약(MOU) 차원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샀다.

나머지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 모건스탠리, 조선내화가 보유한 2.3%의 향방에 시장은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최 회장에 등을 돌릴 경우 표 대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17~21일 장내에서 고려아연 주식 1만주를 사고팔아 8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사실을 공시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우군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 취득 사유가 업무적 협력이 아닌 단순 투자가 목적이라면 주가가 올랐을 때 차익을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장중 88만 9000원까지 오르며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판단도 변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총 안건이 정해지면 그에 대해 의결권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기금의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거란 의견과, 중립 의견을 낼 거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MBK·영풍 측은 이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의 단추를 끼울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MBK·영풍이 신규 이사 12명을 추가 선임하면 장 고문과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