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책임자 대동하고 현대차 연구소 간 이재용

by이승현 기자
2020.07.21 17:43:29

21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방문해 정의선과 2차 회동
1차때 없던 김기남·강인엽 참석..협력 범위 확대 논의
하만 인수한 삼성, 車전장사업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삼성-현대차 '모빌리티 연합' 구성 시너지 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신민준 기자] 21일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대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직접 타고 연구소 내 도로를 달렸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긴 했지만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고 자동차가 알아서 차선을 지키며 주행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주의깊게 살펴봤다. 동승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차에 어떤 전자장비들이 들어가는지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설명을 들으며 삼성 제품과 기술 중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업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5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엔 이 부회장이 현대·기아차 미래 역량 개발의 산실인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서로 상대 기업의 사업장이나 연구소를 찾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의 머리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극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남양연구소에 다른 기업 총수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양 그룹간 신뢰가 있고 향후 협업의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만남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성 측에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동석했다는 점이다. 1차 회동 때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 배터리 담당자들만 참석했었다.

반도체는 현대차가 개발 중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1차 회동에서 삼성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이번 만남에서는 전기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경영진이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고 설명을 들은 것 역시 같은 취지로 해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삼성 경영진과 미래 자동차와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3월 세계적인 전장사업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자동차 전장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8년 CES에서 하만과 함께 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고 같은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 자동차 부품 박람회 2018(The IZB 2018, International Suppliers Fair)’에 참가해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 ‘Exynos Auto’와 ‘ISOCELL Auto’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을 출시했고, 올 1월 열린 CES에서는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과 차량용 5G TCU(Telematics Control Unit, 차량용 통신 장비 상용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서도 사업의 핵심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꼽았다. 자동차 전장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전자기기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많은 전자장비들이 탑재되기 때문에 자동차기업과 전자기업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자율주행차에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이를 구동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가 탑재된다. 또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 안이 탑승자를 위한 활동 공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전자기기 설치는 필수적이다. 일본에서도 자동차기업인 토요타와 전자기업 소니가 함께 연합체를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는 자동차기업과 전자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며 “신규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연합’ 구성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