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11.17 16:41:2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파리 연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전 세계가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IS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러시아와 미국에 협력을 요청했고, 독일 내에서도 군사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IS는 다음 테러 목표지로 워싱턴D.C를 지목하는 등 국제 사회 공조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 목표로 지목된 곳은 테러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미·러에 공조 요청
16일(현지시간)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테러리즘과 전쟁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선 프랑스 자체 안보에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이후 유엔을 비롯해 유럽 다른 국가에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IS에 맞서 시리아에서 각기 다른 노선을 걸었던 러시아와 미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에 맞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파리 테러는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지금까지의 전략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G20 정상회의에서 IS에 맞서 러시아를 포함해 좀 더 국제적으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해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한 듯 하다”며 “IS와의 싸움이 우리 모두에게 최우선 순위”라면서 협력을 맹세했다.
그동안 평화노선을 걸었던 독일의 경우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군사개입 당위성에 대한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방 정책 전문가인 헨닝 오테 의원은 “정부가 테러와 싸우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배치하고 어떻게 군대를 효과적으로 파병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내 외교정책 전문가인 유르겐 하르트 의원 역시 “보다 폭넓은 연합이 이뤄진다면 독일도 IS를 퇴치하기 위한 군사 행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서방세계를 아우르는 유엔 차원의 공동 노력이 이뤄질 경우 독일도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오바마와 푸틴 대통령은 15일 비공식 회동을 갖고 IS 대처에 보다 긴밀히 협력하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IS에 대한 공격 강도는 이미 높아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공군이 IS의 심장부인 락까에 이틀 연속 융단폭격을 가한 데 이어 미국 군대는 IS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원유 수송 차량 300대를 공격해 이중 115대 이상을 폭파했다.
◇국제 공조 한계…군사개입이 전제돼야
하지만 IS 격퇴를 위한 국제 공조가 결실을 맺으려면 각국이 군사력 파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대규모 지상군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오마바 대통령은 IS 격퇴를 위해 최근 미국이 해왔던 공습과 공중 폭격, 지상 전투 등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군대를 대규모로 파병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의 하르트 의원은 “국제 공조 노력은 외교적, 경제적인 분야뿐 아니라 군사영역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시리아 난민 수용 반대 여론과 함께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이앤 페인스테인(민주·캘리포니아)과 린지 그래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약 5조(한 동맹국이 공격당하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에 의거해 도움을 요청한다면 국제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인스테인 의원은 “IS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세력을 약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국제 공조”라며 “IS는 지금 수십개 국가에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이 실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프랑스와 미국 정부가 모두 시라아 전쟁에 나토가 연루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도의 동맹이 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프랑스 관료는 “나토 조약 5조를 발동하게 되면 매파들이 오바마 정부에 전쟁을 확대하라고 압력을 넣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유럽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테러 후유증…세계가 떨고 있다
IS 격퇴에 대한 국제 공조가 논의되고 있지만 공포는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간밤 미국 하버드대를 포함한 2개 대학과 공립학교에 폭파 위협 신고가 들어와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테러 위협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건물이 개방됐지만 파리 테러를 지켜본 학생과 교직원들의 불안감을 극에 달했다.
IS가 동영상을 통해 공개한 다음 테러 장소인 워싱턴DC에서도 경계수위가 높아졌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위에서는 경찰견을 동반한 경찰들이 바쁘게 순찰하며 테러 위험에 대비했다. 9·11테러라는 끔찍한 경험을 한 뉴욕시는 테러 진압 특수 훈련을 받은 경찰 100명을 뉴욕 시내 주요 지점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파리 테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닐 것”이라며 “더 많은 테러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