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문제 해결 행동나서야"…최태원, 측정·인센티브·협력 제시

by신중섭 기자
2021.05.27 21:00:00

상의, ‘P4G 서울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 개최
최태원, 기조강연 통해 기후대응 매커니즘 제시
"외부효과 측정·인센티브·국제적 협력 필요"
삼성·애플 등 글로벌 기업 참석해 전략 공유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기업들도 환경문제 해결방안이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엄중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환경문제 해결에 행동을 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7일 최 회장이 ‘ESG·그린기술 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온라인 개최한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최태원 SK회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기업은 오랫동안 이윤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경영활동을 해 온 결과,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일으켜 왔다”며 “동시에 기업은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과 자원을 보유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친환경적으로 유인하고, 환경 외부효과를 효과적으로 내재화시키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기후대응 메커니즘으로 △측정 △인센티브 △협력 등 3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기업의 환경 외부효과 측정(Measure)’을 강조한 최 회장은 “외부효과가 측정되지 못 하는 상황에서는 환경 이슈에 대한 논의를 더 진척시키기는 불가능하다”며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광범위하고 경제적인 영향들을 화폐단위로 정량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경제활동의 사회적 비용을 외면해 온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석탄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격은 1KW시 5센트지만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파괴되고 사람들의 건강을 해친 사회적 비용 8센트는 이 가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부효과 측정 방법에 대해서는 VBA(Value Balancing Alliance), UN, EU 등 민간과 공공 차원에서 모두 시도되고 있어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키워드로 제시한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인센티브 시스템은 기업이 환경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투자 성과에 비례해서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환경이슈를 투자와 수익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기폭제가 돼 혁신적인 사업 발굴과 기술 개발의 가속화,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고, 친환경사업의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센티브 재원 조달 방법으로 ‘전지구적 협력(Collaborate)’를 강조했다. 그는 “인센티브 도입을 위한 재원을 국가 간 협력을 통해 디지털 크레딧으로 전 세계에 통용되도록 한다면 각 행위자의 환경 보호 성과가 화폐화되어 거래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글로벌 플랫폼인 P4G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이날 ‘ESG 경영패러다임 변화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진행된 첫 세션에서는 후벤시오 마에스추 이케아(IKEA) 부회장이 ‘기후안심 실현을 위한 여정’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마에스추 부회장은 “이케아는 기업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후안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에 ‘16~’20년간 성장률 13.7%를 실현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은 14%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명확한 목표의식 △포괄적 성과 측정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추진 △지속가능성과 성장의 딜레마 극복 △적극적인 협력 등을 강조했다.



애플의 환경·공급망 혁신총괄인 사라 챈들러는 ‘애플의 탄소 중립화 선언 및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애플은 2030년까지 전 제조 공급망과 제품주기에서 탄소중립화를 달성하려는 환경 목표를 세웠다”며 “재생 에너지·재활용 재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주기상 수명이 다한 제품은 재료를 회수해 다시 공급망에 투입함으로써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인 ‘그린 기술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첫 주제발표자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나섰다. 그는 ‘탄소중립 시대 수소의 역할’을 주제로 △제조업 부문 사용에너지를 탄소기반에서 수소기반으로 전환 △수송부문 내연기관 연료전지로 대체 △기존 석탄과 가스 중심 화력발전을 수소발전으로 전환 등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인 CIP의 야콥 폴슨 회장은 ‘그린 기술을 활용한 개도국 협력과 미래’를 주제로 “2050년 전 세계 전력 수요의 70%는 개도국에 있을 것이므로 개도국의 친환경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ESG·그린기술·지속가능발전 전문가들의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MSCI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삼성전자(005930), 한국씨티은행, 베트남 빈그룹, 호주 클린에너지협회 등이 참석했다.

글로벌 ESG 평가사인 MSCI의 치트라 햅번 아태지역부문장은 “ESG와 기후 요인이 금융 자산의 가격 책정과 투자 수익,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의 기후대응 역량이 시장가치로 연결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지속가능경영 협의기구를 강화한 김원경 삼성전자 ESG 총괄부사장은 “미국·중국·유럽 지부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 약속을 작년 말에 달성했다”며 “ESG 경영은 이제 누구라도 간과할 수 없는 지상과제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ESG 금융 확대 전략을 중점 추진하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의 행장은 “친환경 노력은 비용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라며 “단기적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친환경 노력을 안 한다면 기업 이미지상의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빈그룹의 레 티 투 투이 부회장은 “빈그룹은 빈퓨처(Vinfuture) 상을 제정해 과학기술 혁신, 발명, 환경 및 지속가능한 개발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은 정부, 소비자, 비정부 기구들과 함께 친환경 대응을 위해 협력하고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호주 친환경 에너지 분야 선도기업을 대변하는 클린에너지협회의 케인 손튼 대표는 “호주는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명확한 목표 설정과 정책 수립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의 확신과 안정적인 정책 설정, 규제 기관의 역할, 신규 투자 규칙, 전력망 연결의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 기업도 선진국 수준의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고, 우리 기업의 성과를 개발도상국에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P4G를 활용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