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인준' 어렵네…유승민 혹독한 첫 신고식
by김정남 기자
2015.02.12 18:16:58
강행처리 방침 유승민, 의장 설득에 '연기' 입장 바꿔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새내기 원내수장인 그의 첫 숙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였는데 대야(對野) 협상에 있어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유 원내대표의 입장은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단호했다. 청와대와 여당 등 여권 전반의 바람대로 늦추지 않고 이날 예정대로 본회의를 열고 단독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에 이어) 이번에도 물러서면 끝이라는 기류가 여권 전반에 강했고, 그 부담을 유 원내대표가 짊어진 것”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10시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연기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험난했다. 당장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논평을 내고 “‘유승민 체제’의 첫 작품이 날치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서영교 원내대변인)고 밝혔다. 사실상 보이콧 태세였다.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 정의화 국회의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에게 더 치명타였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밤부터 정 의장을 두고 인준안 처리를 부탁했으나 정 의장은 “여야가 함께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언급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설 연휴 전으로 해서 대안을 제시했다.
고민에 빠진 유 원내대표는 결국 정 의장의 ‘16일 본회의 처리’ 안을 받아들였다. 당 원내관계자는 “오늘 중으로는 정 의장의 뜻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날 여야 합의가 완전한 수준은 아니다.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추이를 지켜본 후 (16일 처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16일까지 가더라도 ‘반쪽 처리’ 오명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 후보자가 시작부터 반쪽 국무총리로 격이 떨어지면 이는 여권 전체의 국정 동력에 타격이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야당 원내지도부가 유승민 체제에 대한 신고식을 너무 세게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워낙 능력이 탁월하긴 하지만 대야 협상은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