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카톡방'서 경찰 고위직 유착 의심 정황 발견, 警 "철저히 단죄"(종합)
by박기주 기자
2019.03.13 17:35:39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음주운전 보도 무마’ 등 언급
서울청 차장 중심 수사팀 꾸려…"지위고하 막론 단죄할 것"
수사 단서될 카톡 원본 확보 못해 수사 난항
|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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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준영(30)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 고위직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리는 등 철저한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오후 3시 경찰청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준영 불법 촬영’ 논란과 관련한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해 “경찰의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수 정준영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언급됐고,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청탁해 무마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총장’은 경찰에 실제 존재하는 직급이 아니지만 고위 경찰관이 연루됐을 수 있다고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 2016년 7월 정준영과 승리(29·본명 이승현) 등이 포함된 해당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는 한 참여자가 ‘옆 업소가 우리 업소의 내부를 찍어 제보 했으나, 경찰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단체 대화방에는 한 참여자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으나 이에 대한 보도가 없도록 해달라고 서울 모 경찰서의 A팀장에게 청탁했고, 무마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A팀장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받았다고도 언급했다. 경찰의 확인 결과 해당 사건은 벌금 등 절차를 밟았지만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다. A팀장과의 친분을 내세운 이는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대화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내사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며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표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루된 것이 없는지 철저히 내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의 유착 비리 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도하고 있고,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126명의 관련 기능 합동 수사팀을 구축해 철저히 수사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경찰 최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팀 수사뿐만 아니라 내부 감찰 역량을 총 동원해 철저히 수사·감찰해 나가고, 어떠한 비위나 범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고위층 유착 논란은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의 공익 제보자 방정현 변호사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끼리 대화를 통해) ‘경찰 안다’ ‘손쓴다’ ‘경찰과 연락했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며 “심지어 해당 경찰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 것에서 촉발됐다. 방 변호사는 아울러 카카오톡방에서 거론되는 경찰의 직급이 서울 강남경찰서장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은 아직 방 변호사가 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원본은 아직 파악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권익위에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했으나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와 요구 등을 이유로 이를 대검찰청 등 관련기관에 넘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방 변호사가 경찰에 보낸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원본과 대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권익위에 두 차례 요청을 했는데 그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전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정준영 휴대폰 복원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일정 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초기 제기됐던 승리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영장 신청은 판사가 일부 부분만 수용해 1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원본 입수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신청해 판사의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버닝썬 논란’을 촉발한 김모씨 관련 폭행사건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의 경우 김씨와 버닝썬 직원이 서로 폭행을 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김씨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려 추가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