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신동빈 회장 '뇌물죄' 소환 저울질…이재용 사례와 유사점 검토
by이재호 기자
2017.03.23 18:00:00
이르면 24일 소환, 朴 영장청구 전 조사 방침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 등 대가성 여부 확인
朴 독대 후 지원 지시, 면세점 민원 해결 의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 경영비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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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이르면 24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전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경위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신 회장의 경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달리 피의자 신분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신 회장 소환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르면 주말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 그 전에 신 회장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거나 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소환 조사의 핵심은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하고 이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던 것이 박 전 대통령 측의 강압 때문이었는지, 대가성 뇌물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롯데는 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28억원을 출연한 뒤 11월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상실했다.
이후 지난해 1월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출연하고 5월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자금으로 70억원을 추가 송금했다. 그 사이 신 회장은 지난해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권을 부여키로 하면서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았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거래를 한 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이 돈은 결국 롯데로 되돌아갔다.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고 있던 최순실씨가 검찰의 롯데 경영비리 의혹 관련 압수수색 실시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돌려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것은)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이인원 전 부회장 등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검찰의 롯데 경영비리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2월 이 전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독대 자리에 대신 나섰다가 거절당하고 3월 신 회장이 결국 직접 독대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신 회장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 회장의 경우 뇌물죄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세차례 독대하며 433억원 규모의 뇌물 제공을 약속한 대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월 12일 이 부회장을 첫 소환할 때 이미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이라고 명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 아닌 그룹 차원의 경영 현안을 해결할 목적으로 적극적인 뇌물공여를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도 신 회장에게 이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지난 18일 검찰에 소환됐던 최태원 회장은 참고인 신분이었다. 최 회장 역시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측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지만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할 당시에는 복역 중이어서 직접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최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이후인 지난해 2월 K스포츠재단의 해외전지훈련에 80억원을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세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된 대기업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소환한 이후에도 기업인 몇명을 더 불러 조사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를 결정하기 전에 조사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추가로 소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