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우 기자
2015.10.20 16:47:00
의류·의약품 등 생필품, 북에서 인기인 초코파이, 현금 준비한 가족도
가방당 30kg 넘으면 안 돼 제한무게 꽉꽉 채워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장영은 기자] ‘머리 아플 때 드세요’ ‘일하다 다쳤을 때 붙이세요’. 94세 노모(老母)를 모시고 북측에 있는 삼촌 정규현(88) 할아버지를 만난 정정애(47)씨의 가방에는 챙겨온 옷가지들과 선물로 가득 찼다.
정씨와 노모는 정 할아버지가 전쟁통에 끌려가 죽은 줄로만 알고 그동안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만남이 절절했다. 정씨의 노모는 고령으로 대화가 어려워 이번 이산가족상봉에 두 딸, 아들 내외와 동행했다. 선물꾸러미도 함께 챙겼다.
정씨는 “초코파이를 8박스 챙겼다. 초코파이가 귀하다면서요”라며 “파스랑 두통약, 사탕도 챙겼어요”라며 어린애처럼 활짝 웃었다. 정씨는 삼촌네 가족이 두통약과 파스를 어떻게 사용할지 모를까 걱정돼 손수 포스트잇에 사용 방법을 적어뒀다.
북측에 있는 큰형님을 찾은 이만인(65)씨는 “아무래도 북쪽 생활이 우리보다 어렵다고 하니 달러를 좀 가지고 간다”며 “겨울 옷 몇 벌 하고 청심환, 의약품, 생필품을 몇 가지 갖고 간다”고 했다.
5촌 당숙인 김용한(86) 할아버지와 5촌 조카 김경중(45)씨를 만난 김평중(66) 씨는 가방에 바리바리 한가득 선물로 채웠다.
그는 “당숙 후손 어린아이들에게 줄 여러 선물을 샀다. 아기시럽, 영양제, 학용품, 시계, 비타민, 해열제, 지사제, 특히 사탕을 많이 샀다”며 “북한 아이들이라도 사탕을 먹으면서 남한에 있는 어른들 생각도 하고 또 남한에 대한 애정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준비했다”고 했다.
남측 상봉자인 염순택(63)씨는 삼촌(84)을 만나러 가며 자신이 직접 쓴 편지와 고모들이 쓴 편지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왔다. 염 씨는 고모인 염진례(83)·염옥순(77) 할머니와 함께 삼촌을 만나 가져온 편지를 읽고 사진도 함께 봤다.
96가족, 총 389명의 남측 상봉자 가족들이 준비해온 선물 가방에는 치약·칫솔·면도기·시계 등 생필품, 내복·외투·오리털 점퍼 등 의류, 소화제·청심환·파스 등 의료품 등이 가득했다. 96가족, 총 141명의 북측 상봉자 가족들은 보자기에 한 아름 대동강맥주, 백두산 들쭉술 등 현지 술을 선물로 챙겨와 남측 가족들에게 건넸다. 이산가족들은 수십 년 만에 혈육을 만난다는 기쁨을 선물 보따리에 함께 채웠다.
적십자 관계자는 “가방 한 개에 30kg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해 2~3개의 가방에 나눠 선물을 준비한 가족들이 많았다”며 “북측 가족들이 선물을 집까지 잘 가져갈 수 있을지, 특히 현금은 빼앗기지 않고 받아갈 수 있는지 듣고 싶어한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