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 단장 “과학기술로 군수물품처럼 감염병 상시대비체계 만든다”
by강민구 기자
2020.11.18 16:59:02
KAIST, 정부서 380억 지원받아 감염병 기술 연구
마스크, 멸균기 성과···음압시설 구비 엠뷸런스도 구현
배 단장 "치료제·백신으로 끝 아냐···감염병 대비 지속"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다른 형태로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기반의 상시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뉴딜사업단장은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과학기술적 대응을 강조했다. 배 단장은 최근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에서 속속 백신 임상 결과가 전해지고,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최소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역당국은 세계보건기구의 백신공급협의체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한 선택구매 등을 통해 내년 늦가을까지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와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연구개발 차원에서도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제품의 신뢰성·안전성 문제와 국내 물량 확보 등을 고려하면 사태를 단시간 내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임상에서의 부작용이나 제품 공급망 차질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개인보호구, 음압장비, 진단키트, 범용 백신·치료제 등을 방역물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스마트 방역패키지를 개발하고, 감염병 위기 발생 시 국민에게 보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단장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방역물품을 개발해 군수 물품처럼 비축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감염병 전 분야에 선제적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뉴딜사업단장.(사진=한국과학기술원) |
|
배 단장이 이끄는 KAIST 과학기술뉴딜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경사업 등을 통해 총 3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감염보호부터 감염진단, 감염병원서비스, 치료까지 분야별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KAIST가 보유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연구기관과 병원, 기업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분야별 KAIST 교수들이 뛰어들면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마스크, 멸균기, 방호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스크에 생분해성, 재사용, 항바이러스 기능을 넣기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마스크가 불편했다면 보다 호흡을 간편하게 하고, 재사용 가능하고 투명한 마스크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치과 치료에 주로 활용했던 플라즈마 멸균기처럼 기존 제품을 코로나19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의료진의 요청을 반영해 음압시설을 적용한 구급차도 개발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용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부터 신속 진단·치료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배 단장은 이러한 방역물품 개발은 국민 건강뿐 아니라 신시장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단장은 “코로나19로 방역물품 시장이 반도체, 자동차만큼 큰 시장이 됐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의료진이나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에서 착안해 연구개발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방역 물품을 선보여 현재 고가 위주의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배 단장은 “국제 조달 시장에 물품을 보급할 수 있는 제품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면서 “연구진들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면 곧 체감할 수 있는 성과들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 KAIST 과학기술뉴딜사업단에서 개발중인 방역물품.(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마스크, 방호복, 흉부X레이 영상, 멸균기(사진=한국과학기술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