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부장검사는 왜 공갈 혐의로 고소당했나

by김보겸 기자
2020.05.12 19:37:07

동부지법, 12일 공갈 혐의 박모 변호사 첫 재판
''돈 갚아라'' 독촉에 ''상장 방해하겠다'' 협박 혐의
상대 업체 대표 오모씨 증인으로 출석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거래 업체에 설비 대금을 갚지 못하자 이 업체의 코스닥 상장을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72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2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박상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박모(57)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씨는 “어음을 받은 건 맞지만 공갈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8년 A폐기물처리 업체와 140억원대 특허권 사용 계약을 맺었지만 절반 이상을 갚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이 업체가 상장을 준비하자 박씨는 “상환 일정을 조정해 달라. 상장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 피하자”는 문자를 보내 상환 기일을 1년 연장하기도 했다. 또한 박씨는 계약 대금이 너무 비쌌다며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해 72억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씨가 검사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될 정도로 기업 간 거래에 밝았던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공갈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폐기물 업체 대표 오모(48)씨는 “코스닥에 상장이 되지 않으면 회사가 도산할 거라는 사실을 박씨가 잘 알고 있었다”며 “이를 악용해 협박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오씨는 “매출이 200억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1000억원을 갚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때 상장을 통해 살아남으려고 했다”며 “그 절박함은 박씨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박씨에게 법정관리 신청 자문까지 구할 정도”라고 했다.

오씨는 박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성이 같은 박씨이니) 친정 오빠라고 생각하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오씨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사업하다 잘못 되면 보수를 안 받고 변호해 주겠다”, “만약 구속이 되더라도 좋은 구치소를 알아봐 주겠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박씨가 계속해서 거래대금을 갚지 않아 독촉 문자를 보냈더니 오히려 상장을 무기로 자신을 위협해 상환 기일도 1년 연장해 줬다는 것이 오씨 설명이다.



박씨도 방어에 나섰다. 박씨의 변호인은 오씨에게서 72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은 건 맞지만 이는 애초에 그 업체가 설비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오씨에게 “회사의 특허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홍보했지만 이미 일본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가격을 높게 측정해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오씨는 “1880년대부터 해당 기술의 기본 개념은 있었다”며 “이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건 다른 차원”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오씨는 “박씨와 설비 계약을 할 당시에 확보한 특허와 회사의 모든 노하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책정했다”며 계약 금액이 적절했다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