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여성’ 후보 내세우다 ‘전문성’ 외면 자충수

by피용익 기자
2019.03.20 17:47:51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 모두 ''반대''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 사외이사 후보로 마가렛 빌슨 CAE 이사를 제안한 것은 의결권 자문사가 권장하는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노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여성을 내세워 ‘찬성’ 표를 이끌어내려던 엘리엇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빌슨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들은 전문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근 주주 권리 행사 방향을 권고할 때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검토하는 추세다. 이사회에 여성이 한 사람도 없으면 이사회 구성에 반대하는 식이다.

ISS는 지난해 말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2020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다양성 정책을 적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러셀3000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주주총회 시즌부터 이사회 성별 다양성에 따른 찬반 권고를 내놓기로 했다.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 정책은 이미 다른 국가 주요 기업에도 어느정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ISS는 지난해 9월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충족하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건전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을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이 높다.

엘리엇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로 존 리우, 로버트 랜달 맥긴과 함께 마가렛 빌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슨은 현대차 사측과 엘리엇 측이 제안한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며, 현재 현대차(005380)에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빌슨이 여성이란 점보다 그에게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더 주목했다.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원 등은 빌슨에 대해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존 류와 로버트 맥귄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빌슨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내놨다. ISS는 빌슨의 경험이 항공 산업에 집중돼 현대차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의결권 자문사들이 여성 사외이사에 우호적이란 점을 고려해 빌슨 후보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문성을 외면함으로써 오히려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마가렛 빌슨 CAE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