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기료 인상' 불편한 진실 말할 용기
by김상윤 기자
2018.08.08 19:00:00
한시적 인하, 부작용.. 한전 실적 하락땐 국민세금 투입
전기료 낮아지면 수요↑.. 전력효율 높은 제품 개발 제한
정부, 국민 이해 구하고 전기료 개편 나서야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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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금은 재난수준의 폭염입니다. 국민 피해가 드러난 상황인데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자 정부가 한시적 가정용 전기료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국민 피해가 확대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언론에서 한시적 인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만해도 불가능하다는 스탠스를 취했던 산업부는 총리와 대통령 지시가 나오자 180도 돌아섰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냐는 점이다. 일단 한국전력의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은 개별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5013억원, 올해 1분기 6219억원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 역시 4000~50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료 한시적 인하로 3분기 실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전의 적자는 단순히 한전 직원 월급이 타격을 입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저소득층 지원 등에 써야할 세금이 다른쪽에 쓰이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전기료가 반복해서 인하된다는 것은 시장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주기도 한다. 전력 효율이 높은 제품이 나오거나 방열주택을 늘리는 동기를 제한한다. 결국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수밖에 없고, 높아진 전기료 부담에 또 다시 전기료 인하 카드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호주나 독일에서 전기료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정치논리를 극복하고 수요관리를 위한 차원에서다.
물론 전체 전력 수요 중 13.5%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개선해야하는 문제다. 공장이나 상점에서는 전기료 걱정없이 전기를 펑펑 쓰고 있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전기료 폭탄 걱정을 해야한다. 산업용 전기는 원가에도 못미치게 전력을 팔고 있는데, 결국 가정용 전기료로 충당하고 있는 꼴인 게 사실이다.
전기요금이 한 쪽에서 줄면 다른 쪽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심야시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검토를 하더니 기업 부담때문에 연내 인상 계획은 철회했다. 가정용 전기료 역시 누진제가 폐지되면 특정계층의 전기료는 인상이 불가피한 터라 전면 개편 계획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료 개편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다. 그나마 공론화를 통해 전기료 개편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불편한 진실’도 꺼내놓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폭염이 끝나고 불만이 잦아들면 또다시 ‘없던 일’로 끝나는 경우가 반복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