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를 '노란봉투법' 들러리 세우려는 與[기자수첩]
by정병묵 기자
2025.07.15 15:50:5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경제 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만나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정책을 논의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간담회 후 “(노란봉투법 처리 시점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의견을 듣고 사실상 법안 처리를 시사한 것이다.
 |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이학영 국회부의장, 안호영 환노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주영 환노위 간사, 박해철 의원, 박홍배 의원, (뒷줄 왼쪽부터)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이인호 무협 상근부회장, 오기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강석구 대한상의 상무, 박양균 중견련 상무 (사진=경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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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업체 노조에 원청업체를 상대로 한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안의 문제점은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하청업체 수백곳이 교섭을 요구하면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기업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이유도 없어진다.
조합원이 쟁의 과정에서 불법 점거나 폭력 행사를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 대다수는 사업장 점거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가 원인이었다. 이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청구권마저 제한된다면 불법행위가 횡행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 ‘산업현장을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뜨리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회동은 어디서 본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7월 30일 경제 6단체와 만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대 목소리를 듣고도 사흘 뒤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발 통상 환경 변화와 내수 침체로 기업들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의 다음 타자인 노란봉투법 관련 이번 회동이 본격 법안 처리를 앞둔 일종의 ‘보여주기 식 군불 때기’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