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發 '메모리 겨울론' 현실로…삼성·SK 타격 받나

by조민정 기자
2024.12.19 17:05:46

마이크론 실적 전망 하향…"소비자 수요 침체"
中 CXMT, D램 가격 하락 주도…DDR5도 등장
메모리 3강 HBM 집중…내년 시장 규모 44조원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내놓았다. 경기 둔화 여파에 PC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기업들이 범용 메모리 물량 공세를 펴는 탓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때이른 ‘메모리 겨울론’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2025회계년도 1분기(9~11월) 매출 87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 1.79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고, 월가 예상치 역시 상회했다.

다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추후 전망치였다. 마이크론은 2025회계년도 2분기(12~2월) 실적 가이던스를 79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89억9000만달러보다 12% 낮은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3강’으로 꼽히는 회사다.

마이크론이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는 PC, 모바일 등 전방 IT 수요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일반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아 IT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마이크론은 그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효과를 증명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최근 경기 둔화 탓에 범용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술 장벽으로 인해 D램 업계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던 중국이 최근 들어 물량 공세를 펴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반값에 내놓으며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4개월간 35.7% 하락했다. 여기에 CXMT 제품으로 추정되는 고부가 DDR5 D램까지 시장에 등장하면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역시 메모리 겨울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한 달 전만 해도 11조원을 웃돌았는데, 전날에는 9조3871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3강 업체들은 HBM, 기업용 SSD(eSSD)처럼 여전히 수요가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범용 제품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시장 규모가 300억달러(약 43조6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향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할 정도로 뜨겁다.

실제 마이크론은 이날 HBM 로드맵을 밝히며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내년 초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양산이 이뤄진다면 내년 하반기 12단 HBM3E가 HBM 매출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영현 부회장 주재 하에 반도체(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전략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특히 전 부회장이 직접 사업부장을 맡은 메모리사업부는 HBM 생산물량 확대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