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재개표 가능성 커…승부처는 펜실베이니아”

by윤정훈 기자
2024.11.06 14:59:56

미국전문가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美대선 분석
민주당 강세, 펜실베이니아가 이번 선거 판가름할 것
2016년 펜실베이니아 트럼프 승리...2020년 바이든 지지
경합주 소폭의 표차 전망.. 재개표에 결과 발표 지연될 수도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만큼 개표전에서도 양 진영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미세한 표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 경합주 중 일부는 재개표 과정을 거쳐 결과 발표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데일리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37년간 외교현장에서 일한 미국 전문가인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을 만나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슨(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FP)
조 전 원장은 6일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의 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재개표할 가능성이 100%”라며 “주마다 다르지만 15일 가량의 시간을 두고 표를 확인할 거고, 그러면 결과를 확정하는데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선거는 패자가 ‘컨시드(인정)’를 하고 양보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 진영이 사활을 건 선거이고, 물러설 수 없는만큼 재개표는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 전 원장은 “만약에 펜실베이니아만 남았는데, 다른 지역은 다 끝났고 이 지역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승패가 바뀌는 상황이면 주민들이 던진 표를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다”며 “미국 차기 정권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미국의 대외정책도 엉망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불리할 경우 소송전을 펼치기 위해 이미 법률팀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원장은 “트럼프는 해리스가 선거인단 350명 이상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공화당은 미국 전역에 선거 관련 소송 100건을 걸어놨다. 양 진영 모두 어마어마한 법률팀을 준비해놓고,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헌법에 따라 2025년 1월 6일 의회에서 대통령을 인준 절차를 밟는다. 이때까지도 대통령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출 권한은 의회로 넘어간다.

조 전 원장은 “1월 6일 전까지 선거인단 과반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안 타난다면 의회에서 하원의원이 대통령을 뽑고, 상원의원이 부통령을 뽑는다”며 “지금까지는 한 번도 없었지만 위임을 받은 선거인단 중 몇명이 기권을 할 경우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슨(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FP)
미국 대선의 승부를 판가름할 지역은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의 펜실베이니아(19,이하 선거인단수)·미시간(15)·위스콘신(10)과 공화당 강세의 ‘선벨트’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16)·조지아(16)·애리조나(11)·네바다(6) 주다. 이 지역에서 상대방의 강세지역 중 한곳을 누가 가져오냐가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원장은 “해리스가 러스트벨트 3개주를 다 확보하면 270명을 확보하고, 트럼프는 268명이 되서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러스트벨트 중 한 곳만 가져가도 승리할 확률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펜실베이니아는 2012년 버락오마바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2016년에는 트럼프가 승리를 했던 지역이다. 이후 2020년에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세를 가져갔다.

조 전 원장은 “펜실베이니아는 2020년부터 내리 4번 대선에서 민주당만 찍었다”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세계화, 신자유주의 때문에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해서 2016년에는 트럼프를 지지했다”며 “바이든 체제에 물가가 치솟고, 경제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만큼 다시 이들이 트럼프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원장은 “2016년에 이 사람들이 트럼프한테로 간 그 이유는 잘살기 위해서였는데, 그 이유가 아직도 해소가 안 된 만큼 다시 트럼프에게 표를 줄 수 있다”며 “이 사람들은 자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점에서 잘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유권자의 50%를 넘은 사전투표도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조 전 원장은 “이번 사전투표는 50%라고 하는데, 2020년에 사전투표와 우편투표가 합쳐서 1억명을 넘기며 67%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때 사전투표를 해본 사람들이 습관이 바뀐 것이지 어느 당에 유리하다가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