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텃밭서 어퍼컷 10번 날린 윤석열…심상찮은 수원 민심
by김보겸 기자
2022.02.24 17:37:10
24일 수원 팔달문시장 앞 유세
與향해 "선거 앞두고 매표행위"
"이낙연이면 몰라…李는 안돼"
"1번도 2번도 마음에 안 들어"
[수원=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안방 격인 경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연설 내내 이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추경 날치기 통과로 매표행위를 한다”고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연설을 마치고는 ‘어퍼컷’도 10차례 날렸다. 이 후보의 본진임이 무색할 만큼 윤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뜨거운 한편, 본인 및 가족 리스크에 휩싸인 이 후보를 뽑을 수 없어 윤 후보를 뽑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앞에서 열린 수원 집중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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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이날 경기 수원 팔달문 앞에서 열린 연설 초장부터 이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수원은 5년 동안 여당 후보가 도지사를 하던 곳”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정권이 어떤지 제대로 겪어 보셨지 않느냐. 이런 정권이 연장된다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오신 것 맞느냐”라고 물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입은 시장 상인들의 분노도 자극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14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을 통과시킨 것을 언급하며 윤 후보는 “14조원을 가지고 새벽에 날치기를 했다. 선거가 바로 코앞이라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300만원씩 나눠준다고 아주 매표행위를 한다”며 “보호하는 데에는 딴전을 피우다가 그 많은 피해 중에 겨우 현금 300만원씩 선거 앞두고 나눠준다며 생색을 낸다”고 꼬집었다.
14조원이던 추경 규모를 국민의힘이 16조9000억원으로 늘려 합의했으며, 정권을 잡게 되면 50조원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들을 더 폭넓게 보호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세금폭탄론’도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 정책 공약을 보니 세금을 왕창 걷어서 재정을 투자해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경제 부흥책을 펴겠다는 것”이라며 “고양이 앞에 생선 맡기는 꼴이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확대해 ‘수도권 30분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공약이 곧 수원 발전과 직결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원과 경기도 발전에 관해서 무모한 엉터리 공약보다 이 지역이 실질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합당한 약속을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에 이어 GTX 연장 공약을 발표했지만 연장구간이 거의 똑같아 ‘베끼기’ 논란이 불거진 이 후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약 20분간 연설을 이어간 윤 후보는 어퍼컷 세레모니도 10차례 날리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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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텃밭’임이 무색할 정도로 윤 후보를 환영하는 모습이 수원 곳곳에서 포착됐다. 실명 인터뷰에 극구 손사래치던 70대 여성은 “윤 후보가 거짓말 안 하고 이말저말 안 하는 모습이 믿음이 간다. ‘이 후보의 안방 격이 수원 아니냐’는 질문에는 ”안방은 무슨 안방이냐. 이 후보는 남의 험담을 그렇게 하면 되나. 남자가 가벼우면 안 된다. 대통령이면 만인이 우러러볼 사람인데“라고 부인했다.
유세본부 당원들을 향해 ”윤 후보의 열렬한 팬이다. 맨날 세금만 뜯어간다는 이 후보와 좀 싸워 달라“는 시민도 있었다.
손녀와 함께 윤 후보를 응원하러 나왔다는 이상길(70)씨는 ”수원에 호남 사람들이 많아서 진보 성향을 띤 건 맞지만 아주 옛날에는 공화당 텃밭이었다. 지금 표심은 많이 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현금지원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씨는 ”성남에서는 결국 소수한테만 이익을 몰아주지 않았나“고 반문하며 ”이 후보가 소상공인 지원을 5900억원어치 했다고 주장하는데 심상정 후보도 사실상 0원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3차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로부터 ”지역화폐가 아닌 직접 지원한 건 0원“이라고 공격받았다.
거대 양당 후보들을 향한 불신도 엿보였다. 팔달문시장 상인 이모(51)씨는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이재명은 아니다. 이 후보가 정책 성과로 내세우는 지원책은 과거 남경필 지사 때도 다 한 것“이라며 ”1번도 2번도 세금남발 공약을 내놓고 있어 둘 다 좋아하진 않는다. 20대 아들 둘이 있는데 자식들이 다 갚아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상인도 ”민주당이 지금까지 편가르기를 너무 많이 했다“며 거들었다. 그는 ”윤 후보가 너무 좋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100만큼 지지해야 뽑았다면 윤 후보는 80 정도 지지한다“며 ”공약은 사실 두 후보 모두 똑같은 것 같다. 다만 선무당 같은 문 대통령보다는 처음부터 잘 모르니까 열심히 하겠다는 윤 후보의 모습을 응원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