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朴, 최순실이 승마 지원 비방해 이재용 부회장 질책"

by한광범 기자
2017.08.01 19:33:49

"靑 독대 전 준비 자료 없어"
최순실 해코지 우려로 213억원 용역계약
安 전 수석이 영재센터 계획안 전달…합병 관련 인사 이유 없어
朴, 삼성 재판 3차 증인 소환도 거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경계영 기자] 삼성 측이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비선 실세’ 최씨 측의 ‘강요와 압박’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피고인신문에 나선 전직 삼성 고위 임원들은 5개월 간의 침묵을 깨고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공여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장충기(63)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독일에서 돌아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로부터 ‘최씨가 자기 딸을 지원 안 해 준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난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피고인으로 출석한 황 전 전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가 ‘최씨 요구로 승마 훈련 지원이 이뤄졌을 뿐 뇌물을 건넨 게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장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단독 면담에서 청와대로부터의 자료 제출 요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7월 진행된 2차 단독면담을 앞두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단독으로 면담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뭘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독대 이후 최씨 측에 213억원 규모의 승마 지원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해코지를 우려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 미비’를 이유로 이 부회장을 질책했고, 박 전 사장이 의중을 파악하던 중 독일에서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의 영향력을 듣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마를 언급한 상황에서 대통령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삼성이 조치를 취했을 것 같다’는 특검 질문에 장 전 사장은 “그 당시엔 (최씨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8월 26일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간에 체결된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과 관련,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만 보고했고 이 부회장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라는 특검의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장 전 사장은 “실체가 없는 회사였으면 용역 계약을 체결했겠나”며 되물은 뒤 “재판 과정에서 보니 코어스포츠가 마필 관리도 했고 정유라 혼자지만 승마대회 출전 지원도 했다. 용역을 전혀 할 수 없는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 직후 안 전 수석에게 ‘편한 시간에 연락드리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역시 감사 인사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장 전 사장은 “합병 관련 안 전 수석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당시 전경련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간담회 통지가 와 준비하는 상황이었는데 관련 전화였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받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계획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특검에서 한 기존 진술도 뒤집었다.

장 전 사장은 “영재센터 자료 자체를 청와대 말고는 받은 곳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진술했다”며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을 위해 청와대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받아왔겠구나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사장은 이어 구체적인 정황은 떠오르지 않는다면서도 “기억을 되살려보니 해당 봉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예정됐던 이 부회장 피고인 신문은 2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저녁부터 진행한 박 전 사장의 피고인 신문은 기일을 바꿔 이날 오후 3시쯤 끝난 데다 장 전 사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피고인 신문 이후 진행하기로 돼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2일 열리는 이 부회장 재판에 또 다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 뇌물’ 재판부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당시에도 건강상 문제와 본인의 형사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