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야간대학' 신화...일자리수석'오른 '예산통' 반장식(종합)
by최훈길 기자
2017.07.03 17:06:27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예산통’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61·사진)이 3일 임명됐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반 수석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은행에 다니며 야간대학(국제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행정고시(21회)에 합격했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고졸신화’로 알려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주경야독으로 공직에 임용됐다.
이후 경제기획원(EPB·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반 수석은 재정경제원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장·사회재정심의관·예산총괄심의관 등 예산 분야를 두루 거쳤다.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정책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비서관,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차관 등을 지냈다. 최근까지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을 맡았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으로 근무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계획 수립 등에 기여했다. 예산총괄심의관 때는 ‘총액배분자율편성’ 방식의 예산편성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분야별 재원 배분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각 부처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갖고 사업별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다.
반 전 차관이 맡는 일자리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일자리수석에 내정됐다가 하차해 그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 반 수석은 일자리위원회 당연직(간사)으로 참여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 등 일자리 지원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반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세출예산 개혁 작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건전재정포럼·한국재정학회의 정책토론회에서 “재정사업의 적폐를 해소하지 않으면 경제 안정과 소득재분배라는 재정의 기본 기능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민관합동으로 재정 전문가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재정사업구조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전 부처의 세출사업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자”고 제언했다.
반 수석이 중용되면서 EPB 출신들의 경제정책 호흡도 주목될 전망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동연 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EPB에서 공직을 시작해 예산처를 거친 ‘예산통’이다. 기재부 고형권 1차관, 김용진 2차관도 EPB에서 공직을 시작해 중책을 맡고 있다. 반 수석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