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홍남기, 국회서 재난지원금·가상자산 현안 ‘정면돌파’

by이명철 기자
2021.11.03 18:30:37

이탈리아·영국 출장 후 4일 귀국…5일 국회 예결위 참석
與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재정여력 이유로 반대 불가피
정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투자자들 거세게 반발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재명 대선후보 체제의 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라는 재정·세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당정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정부는 재정 여력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고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난지원금에 난색을 표한 가운데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곧바로 이어질 국회 일정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수행차 이탈리아와 영국을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오는 4일 귀국 후 이튿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마 프레스센터에서 G20 정상회의 결과 및 성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결위는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기 위한 자리지만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시한 1인당 30만~50만원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가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1인당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단순 계산해도 25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지출이 컸던 상황에서 이를 조달한 여력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여당은 올해 예산보다 추가로 들어오는 세수를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 국세수입을 본예산보다 31조5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추가 세수는 상생국민지원금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등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사용했다.

여당측은 정부 추계보다도 더 많은 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본부장인 김태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은 국세수입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기재부의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전년동기대비 55조7000억원 증가했다. 남은 9~12월 세수가 크게 줄어든다고 가정해도 2차 추경안 증가분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홍 부총리도 지난달 6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조금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 수입을 추경안보다 8조7000억원 많은 323조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정부가 보편적 지원 방식인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내 추경을 편성하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재정 여력이 충분한 상황도 아니다”라며 초과 세수를 활용한 재난지원금 지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원에 여유가 있다면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소상공인 등 피해 회복 지원이 우선이다. 김 총리도 이날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손실보상에서 제외됐지만 코로나 피해가 집중된 분들을 도와야 한다”며 “여행업, 관광업, 숙박업 등을 돕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한 물가 안정 대책에도 돈이 들어간다. 정부는 최근 6개월간 유류세 20%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0%) 적용을 결정했는데 이는 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가채무 상환 등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과세수)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해 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도 2일 영국 방문 중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만나 “지출총량 관리 강화, 세입기반 확충, 재정준칙 마련 등을 통해 재정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정건전성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제2의 주식 양도세’ 사태로 번질 여지가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예정대로 종목별 보유금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동학개미’를 필두로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수년 전 세법 개정안 발표에 따라 예정대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사퇴론에 부딪히기도 했고 본인도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등 홍역을 치르며 결국 한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정부의 내년 가상자산 소득 과세 방침에 대해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전에 제도화를 위한 입법 마련이 우선”이라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공약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지난 5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과세 1년 연기를 제안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원 초과분에 20%의 세율로 과세할 방침이다. 지방세를 포함한 실제 세율은 22%다. 만약 비트코인을 1000만원어치 사서 10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면 약 165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거래수수료 등 부대비용은 공제한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수차례 가상자산 과세를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그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20일 국감에서도 “내년 (가상자산) 과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정대로 과세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7000만~8000만원대로 상승하는 등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과세 방침에 반대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청원에 4만2000여명이 참여하며 지난달 마감되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투자자가 800만명이 넘지만 가상자산 개념이 법적으로 모호하고 투자자 보호도 미비하다”며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발전과 투자자 반발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