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부담에…롯데·신라免,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포기

by이윤화 기자
2020.04.08 18:17:25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계약 안해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 90% 감소, 임대료 감당 불가
"현재 조건은 손해…재입찰 공고 조건 지켜볼 것"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면세점 업계가 사상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 내 매장 운영권을 포기했다.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가져간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제외하고,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 1,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지자 면세점 매출도 90% 이상 급감했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월말 4기 사업 응찰 시점 이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세계로 더욱 확대되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라는 지난달 말 각각 DF4(주류·담배), DF3(주류·담배) 사업권의 우선협상권자로 선정됐으나, 이곳의 최대 10년 운영권을 포기한 것이다. 이 두 곳의 최소보장금(임대료)는 각각 697억원, 638억원에 달한다. 이는 입찰을 위한 최소 금액이며, 협상 과정에 따라 계약 체결 임대료 금액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면세점 운영 2년차부터는 임대료가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계약 체결 1년차에는 낙찰된 금액으로 임대료를 지불하지만, 2년차부터는 최소보장금액에 직적년도 여행증감률의 50%를 더한 금액으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최소보장금 증감한도가 9%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이용객이 급감해 매출 및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면세점 운영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출국객수가 일평균 10만명 정도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터미널과 2터미널을 포함해 일평균 1000명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면세점 업계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현재 조건으로 (인천국제공항과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라고 토로했다.

다만 “이렇게 유찰 상황이 반복되면 공항 공사 쪽에서도 새로운 계약 조건으로 입찰 공고를 다시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0년 전체의 면세점 운영을 아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고 재입찰 공고 조건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면세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의 한 달 매출은 평소 2000억원, 임대료는 800억원 수준이었으나, 3월 들어 매출이 400억원을 기록해 8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임대료는 800억원 수준으로 동일해 매출액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의 손실은 3월 한 달에만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약 5000억원에서 최대 1조 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