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세, 예견된 혼선.."깜깜이 특위" Vs "김동연 책임"
by최훈길 기자
2018.07.05 18:46:37
재정특위, 3개월 비공개 회의 내용 살펴보니
"기재부가 금융과세 의제 제시, 수차례 논의"
"위원들에게 보안각서 쓰게 해 깜깜이 회의"
"에너지세 개편하면 기재부 위원 사퇴 시사"
"거래세 인하 시사했는데 특위서 논의 없어"
기재부 "사실무근..민간 위...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강병구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오른쪽 첫번째) 등 위원들이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현판식을 열고 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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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물과 기름과 같아 보였다. 양측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 권고안을 놓고 벌어진 혼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 3개월간 진행된 비공개 특위 회의의 절차·내용을 놓고 모든 부분에서 맞섰다. 이렇게 논의 과정조차 명쾌하지 않다 보니, 종합부동산세·금융·임대소득세 등 이른바 ‘부자증세 3종세트’ 권고안 논란은 예견된 혼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5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팩트를 정확하게 얘기하고 싶다”며 5가지 사안에 대해 기재부와 다른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위는 지난 4월9일 출범한 이후 조세 소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11차례 진행한 뒤 지난 3일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세 소위원회에는 기재부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우선, 논의 안건을 어떻게 정하게 됐는 지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는 기재부가 갖고 온 의제를 논의했고 이 의제에는 금융·임대소득 과세도 포함돼 있었다”며 “기재부도 이 의제들을 비롯해 권고안 문구까지 함께 수차례 논의했다”고 전했다. 민간 위원들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중에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토론회 개최 과정도 입장이 달랐다. 특위는 지난달 22일 종부세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금융소득·임대소득 과세 관련 토론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권고안에 이 내용이 포함되자 논란이 커졌다. 특위 관계자는 “금융소득세를 정책토론회 의제에 안 넣게 된 것은 기재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어떻게 결정을 하나”며 반문했다.
‘깜깜이 회의 논란’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은 엇갈렸다. 특위는 지난 3개월여 동안 소위원회 회의를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가 열린 사무실은 이중 잠금장치로 외부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됐다. 심지어 회의 일시까지도 언론에 비공개 하기도 했다. 특위 관계자는 “보안 각서를 쓰게 하고 (외부에) 일정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게 기재부”라며 “매 회의 때마다 강력하게 스크린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보안각서는) 위원회를 하면 다 하는 건데 기재부가 보안각서를 쓰게 할 힘이 어디 있나”며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와 기재부 관계자 입장을 취재해 정리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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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논의와 관련해서도 양측 이견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 세제였다. 이는 수송용(경유·휘발유 관련 교통·에너지·환경세), 발전용(석탄·LNG·원전) 세제다. 경유세 등 유류세 인상 여부가 쟁점 중 하나다. 특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권고안에 ‘에너지 세제 개편을 절대 넣지 말라’고 했다. 권고안에 넣으면 위원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은 상반기 권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거래세와 관련해서도 서로 말이 달랐다. 앞서 지난 5월 기재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 만나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깎아 세수증대 효과가 제로가 되는 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위에서 거래세 인하 논의는 없었다. 특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취득세는 논의 주제가 아니라며 거래세 논의를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세인 거래세는 기재부 소관이 아니고 행안부와 얘기할 사안이라고 특위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측은 이 같은 난맥상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세개편과 관련해 공개 논의를 방해한 것은 기재부다. 이렇게 ‘독선 위원회’라고 논란을 만들어 특위 문을 닫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기재부의 최고 책임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예측과 억측, 일부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빨리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기 위해 금요일에 정부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위 민간위원들 중에) 세신 분들이 많다”며 기재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