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첫 외국인 CEO 8개월만에 교체…오너 일가 복귀

by김형욱 기자
2017.08.10 17:26:53

''젊은 ''피 수혈로 현 정체상황 해소 노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레고는 오는 10월1일부로 현 발리 파다(61·영국) 최고경영자(CEO) 대신 덴마크 기업 출신인 닐스 크리스티안슨(51)을 새 CEO로 임명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현 CEO인 파다는 84년 역사의 레고 첫 외국인 CEO로 관심이 쏠렸으나 1년을 못 채우고 사실상 낙마했다. 레고는 덴마크 크리스티안센 가문이 지분 75%를 보유한 보수적 회사이지만 최근 대대적인 조직·인사 개편을 모색해 왔다.

CEO의 조기 교체 공식적인 이유는 세대교체다. 레고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장난감 회사이지만 디지털 놀이거리 증가라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12년 동안 레고 CEO를 역임했던 요르겐 비크 크누트슈토르프 현 레고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파다가 일찍 물러서는 건 그의 실적 때문이 아니라 (적잖은) 나이 때문”이라며 “그는 기껏해야 몇 년밖에 CEO직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다 역시 내가 그의 선임 직후부터 후계자를 찾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운 좋게도 적임자를 일찍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새 CEO 내정자 크리스티안슨은 레고를 소유한 크리스티안슨 일가의 또 다른 비상장 소유기업 ‘단포스(Danfoss)’에서 9년 동안 CEO직을 맡아 왔다. 단포스는 그의 재임 기간 매출이 50% 늘었고 적자도 영업이익률 11%로 높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0억덴마크크로네(약 7조200억원)였다. 그는 올 3월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단포스 CEO직에서 사임했다.

레고는 지난 10여년 동안 급성장하며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미국 장난감회사 마텔을 턱밑까지 쫓았으나 최근 성장세 둔화에 빠져 있다. 새 CEO 크리스티안슨은 젊은 CEO로서 이 정체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파다 역시 회사에 남아 새 CEO를 돕는 자문역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크누트슈토르프 회장이 새로이 설립한 레고 브랜드 그룹의 자문단에도 합류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레고란 브랜드를 장난감 이상의 것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한다. 올 9월엔 레고의 새 영화 ‘레고 닌자고’도 개봉한다.

크리스티안슨은 “레고 그룹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라며 “현 세대 아이들이 직면한 도전에 영감을 불어넣고 미래의 ‘건축가’를 만들어나간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레고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닐스 크리스티안슨 전 단포스 CEO.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