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착륙' F-35A, '쿵' 소리 후 장비 먹통…사고위기 넘겨

by김호준 기자
2022.01.05 18:06:47

공군 F-35A, 4일 오후 서산기지에 비상착륙
조종·엔진 외 모든 장비 먹통…상황 긴박
공군참모차장 "조종사, 비행 스킬 높고 정신상태 훌륭"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 4일 기체 이상으로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한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당시 통신까지 두절될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념식에서 F-35A 편대가 축하비행을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중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 같이 설명했다.

신 차장 설명에 따르면, 전날 F-35A를 몰고 훈련 중이던 조종사 배 모 소령은 계기판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 것을 감지했다.

그는 “저고도 항법 중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항공기 이상을 느껴서, (조종사가) 항공기의 안전고도를 취하면서 엔진기기를 점검하니까, 조종간과 엔진만 정상이었고 나머지 모든 장비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지와의 통신도 처음에는 되지 않다가 “(전투기의) 백업 통신을 작동시켜서 조종사가 통신했고, 이 장비로 비상착륙을 선포하고 서산기지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F-35A는 탑재된 모든 센서의 정보가 하나로 융합 처리된 첨단 전투기다. 항공전자계통 이상이 발생하면서 랜딩기어(착륙장치)를 포함한 사실상 모든 전자계통 장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전투기의 ‘네비게이션’ 격인 항법 장치도 되지 않아 조종사가 전투기 위치도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공군 관계자는 전했다.

공군 17전투비행단 비행대장이기도 한 배 소령이 선택한 건 지상의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동체착륙이 아닌 비상탈출 상황 시 전투기가 추락해 내륙에 떨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바다 쪽을 따라 비행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에 전시된 F-35A 전투기. (사진=연합뉴스)
동체착륙도 그가 직접 결심했다고 한다. 신 차장은 “항공기 상태가 안 좋아 그 상황에서 가장 인접 기지인 서산기지로 착륙 결심을 했다”며 “조종사가 판단해 동체착륙을 하겠다고 작전사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동체착륙은 착륙장치가 작동이 안 될 때 비행기의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대어 착륙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마찰열에 의한 화재 발생에 대비해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아울러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도록 해야 하는 등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신 차장은 “조종사가 교관 자격이 있고, 비행 스킬이 높은 편”이라며 “정신상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한 조종사의 판단에 전날 동체착륙 성공은 F-35A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판매된 이후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군 조종사의 능력과 군인정신 등이 아주 높게 평가된다”, “목숨을 걸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차장은 “현재 항공안전단을 중심으로 해서 미측 기술요원들과 협조해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