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본격 호황도 못 보고 벌써 정점 찍었나…업계 "과도한 우려"
by배진솔 기자
2021.08.12 18:02:34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4분기 0~5% 하락 전망
PC제조사 D램 재고 충분·노트북 수요 감소 예상
업계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주기 1년으로 줄어"
"D램 사용처 다변화된지 오래…모바일용이 38%"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이끌던 메모리 반도체 D램의 가격 상승세가 오는 4분기부터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본격적인 호황을 보지도 못한 채 문앞에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히려 ‘과도한 우려’라며 반박에 나섰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4분기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들어 1분기 5%, 2분기 23~28% 상승했고 3분기에도 3~8%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4분기에는 상승세가 끝난다고 본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제조사들은 D램 재고를 조정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이에 3분기부터 D램 가격 상승세가 2분기와 비교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선 PC 제조사들이 이미 PC용 D램 재고를 충분히 비축해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유럽·미국 등 선진국시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재택근무·원격교육으로 확대된 노트북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PC 제조사들이 노트북 생산량을 점차 줄이며 PC용 D램 수요도 함께 감소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D램 현물가 하락세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PC용 D램의 주력 모듈의 경우 고점에서 하락세를 이어가 3분기엔 고정가격보다 20% 가까이 낮게 형성된 상황이다. 가격이 상승 반전할 요인도 없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PC용 D램 현물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처에선 가격이 더욱 하락하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내일나면 가격이 더욱 하락할 수도 있는 제품 재고를 오늘 당장 굳이 채워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버 시장 고객사들의 6개월 단위 구매 패턴을 생각하면 내년 2분기와 3분기엔 D램 평균 가격이 반등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으나 최근 PC용 D램 현물 가격 하락이 ‘웩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처럼 서버 D램 가격 하락을 유발한 이후 가격 반등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18GB LPDDR5 모바일 D램(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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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PC용 D램 가격만 가지고 반도체 호황기를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한다. 제품의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주문제작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가격의 상승 하락 사이클이 업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과거엔 메모리 반도체 사용처가 PC 시장이 가장 컸다면, 현재는 서버·데이터 센터·모바일 등 사용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D램 응용처는 모바일용이 3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뒤이어 서버용(30%), PC용(19%), 소비자용(5%)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산업 자체가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서버, 모바일 모든 전자제품에 메모리가 당연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PC 시장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투자도 늘어나고 투자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모든 메모리 사용처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이슈, 불확실성 요인들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주기가 짧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과거엔 가격 상승 후 하락기가 과거 1년6개월에서 2년 주기로 돌아온다고 봤지만, 최근엔 1년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마지막 사이클 하락 국면인 2019년 말에서 1년이 지난 2020년 말 또는 올해 1분기는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시작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PC용 D램의 가격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서버 D램에서 만회할 수 있다”며 “PC에서 발생하는 D램 수요는 15%인 반면 서버에서 나오는 수요는 30%”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비록 PC용 D램이 하락하더라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