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윤섭 대표 "코로나로 지친 마음, 디지털 헬스케어로 '심리방역'"
by노희준 기자
2020.03.05 17:08:31
스타트업 도우미 '디지털헬스케어 파트너스' 대표
명상 앱 등으로 격리자 불안과 공포 등 달랠 수 있어
명상 앱 '마보' 서울의료원에 무료 제공 논의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격리자들의 정신 건강에 명상 앱 등의 디지털 헬스케어(의료와 IT의 융합서비스)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민들의 심리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다스릴 수 있는 심리적 방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를 지난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최 대표는 국내에 ‘미래 의료’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포항공대 이학박사(시스템생명공학부) 출신인 그는 이 분야의 초기벤처를 도와주는(발굴·육성·연결·투자) 국내 유일의 전문 액셀러레이터(촉진자) 회사인 ‘디지털헬스케어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4건의 회사에 투자와 컨설팅을 했고 이후 이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은 돈이 254억원에 달한다. 그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라는 700페이지 넘는 방대한 책을 펴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에도 자문을 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최대 장점이 확장성”이라며 “예를 들면 면대면으로 심리 상담을 하면 한번에 한명씩 할 수 있지만 앱은 전국민이 동시에 모두 내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 대표 회사가 투자한 명상 앱 회사 ‘마보’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있는 서울의료원의 격리자들을 위해 심리적 방역 차원에서 마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병원측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보는 국내 최초로 2016년 나온 ‘마음챙김 명상앱’이다. 기초 명상 훈련과 상황별 명상, 기분별 명상 등 230여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15만명이 다운로드하고 12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이 분야 1위 앱이다. 명상 앱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각광받는 분야다. ‘캄(Calm)’이라는 관련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에 이미 올라섰다. 빌 게이츠에게 명상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전 세계 3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대구지역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논의할 지점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감염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지만 멘탈 케어(정신 건강관리)와 비대면 접촉을 통한 진료와 치료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허용한 원격 진료 및 처방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분야다. 다만 국내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허용된 데다 의사와 약사 등 이해관계자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겉돌고 있다. 최 대표는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돼 지금 단계에서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그래도 화상통화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관련 기업들이 현재 병원에 무료로 원격 플랫폼을 지원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래의 약이자 약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는 “유망한 분야인 것은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돼 속도조절을 했으면 좋겠다”며 “산업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이 아니라 게임과 앱, VR(가상현실)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페어테라퓨틱스의 ‘리셋’이 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로 미 FDA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당뇨, 우울, 불면, 비만 등 다양한 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 뉴냅스 역시 뇌졸중 등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Nunap Vision)에 대한 임상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