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CT 철회 명령에 반발…63년 이란과의 친선조약 파기
by정다슬 기자
2018.10.04 16:29:10
| △9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이란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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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철회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에 반발해 63년 역사의 ‘미-이란 친선·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 파기를 선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두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와 영사권을 확립하는 1955년 협정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조약은 39년 전(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미-이란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 행해졌어야 했던 것”이라며 “이란은 국가 안보를 위한 미국의 합법적 행동에 간섭하고 ICJ를 정치적 선전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은 미 정부의 제재 재개는 양국이 체결한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ICJ에 국제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ICJ는 재판부 만장일치로 “미 행정부는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의 재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테러 역사와 탄도 미사일 활동, 또 다른 해악적 행위를 감안할 때 평화조약 운운하는 이란의 주장은 불합리하다”면서 “미국은 이란 국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란의 지도자들에 대해 “(테러 지원 등에) 돈을 낭비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써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ICJ 제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빈 조약에서도 탈퇴하기로 했다. 196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채택된 이 조약은 외교 사절단의 파견에 관한 사항과 특권 및 면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근본적인 빈 조약의 취지에는 계속해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초 2차 제재 시행을 앞두고 ICJ 결정에 불복하고 친선조약까지 파기하는 강수를 두면서 양국 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지난주 이란이 이라크 바스라 주재 미국 영사관 근처에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고 비난했다. 군사적 위협이 높아지면서 미 외교관들은 철수한 상태다.
미군 당국자들은 물자 부족에 대한 이라크 시민의 불만이 공격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미사일 공격과 바그다드 주재 미국 영사관 근처에 있었던 박격포 공격의 배후에는 이란 정부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힐은 “미국이 이미 이란과 외교관계를 거의 단절한 상황에서 조약 파기가 실제 어떤 효과를 낼지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압박 정책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의 협상 제의를 거부했던 이란 역시 “ICJ 결정은 이란의 합법성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불공정성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