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1인당 국민소득 3년전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by이윤화 기자
2021.03.04 16:18:27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 -1%, IMF 이후 22년만의 첫 역성장
1인당 국민소득 전년비 -1.1%...과거 위기보단 감소폭 적어
"올해는 플러스 성장 예상되나 부진한 민간소비 선결 과제"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3만1000달러를 기록해 2017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3만달러 선은 간신히 지켰지만 2년 연속 감소세다. 2017년 사상 처음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경기 부진이 이어졌고, 4년째 3만 달러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4만달러 시대는 더욱 요원해졌다. 작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를 기록,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4일 한국은행의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를 기록해 1년 전(3만2115달러)보다 1.1% 감소했다. 2017년 3만1734달러를 기록해 처음 3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3만3564달러로 5.8% 성장했지만, 2019년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2년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4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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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 기준으로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이 줄어든 것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1998년 이후 22년만에 역성장을 보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 즉 명목 국민총소득(GNI)을 인구로 나눠 산출하는데 국제비교를 위해 달러화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국민소득이 줄어들게 돼 있다. 실제로 작년 원·달러 환율이 연 평균 1.2% 상승,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국민소득은 과거 위기때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7.6%), 1998년(-33.6%)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11.2%), 2009년(-10.4%)에도 국민소득이 2년 연속 감소했다. 두 시기 모두 경제위기 상황이었고 달러가 급등했던 시기였다. 코로나19가 터졌던 작년에도 1.1% 감소, 우리나라 수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있었던 2019년 4.3% 감소한 이후 2년 연속 국민소득이 줄었다. 다만, 감소폭으로만 따지면 지난 2019년(-4.3%)에 비해 내림세가 더 적었는데 이는 환율 영향이 컸다. 2019년엔 환율이 5.9%나 상승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종합물가지수라고 불리는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한 물가 지수)가 1년 만에 1.3% 증가세를 보인 부분이다. 2019년엔 디플레이터가 -0.9%를 기록했다. GDP 디플레이터가 플러스를 보일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개선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작년엔 수출보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품 가격이 더 크게 하락했다”며 “기업 입장에선 생산 비용이 감소, 채산성에 긍정적이다. 내수와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때마다 국민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과거의 경제위기 때보다는 코로나19 타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등 IT부문과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키워온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은 속보치 1.1%에서 1.2%로 0.1%포인트 높아졌다. 수출이 반도체·화학제품 중심으로 5.4% 증가해 속보치(5.2%)보다 0.2%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신 부장은 “위기 발생 사유와 경제 주체들의 반응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위기 이전의 성장률과 위기시 감소했던 축소폭 등 표면적인 수치 기준으로만 보면 코로나19 상황보다는 석유파동, 외환위기 당시가 더 타격이 크다”면서 “다만 이번 전염병 위기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옛날처럼 1년 만에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속단은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성적표가 좋은 편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전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우리나라의 2020∼2021년 합산 성장률은 2.0%다. 미국(1.5%), 일본(-2.2%), 독일(-2.1%), 프랑스(-4.0%), 이탈리아(-6.5%), 스페인(-5.9%) 등 11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신 부장은 “통관 실적을 보면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에 1, 2월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도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이라면서 “특히 1분기 기계류 수입이 많은데 이는 설비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부진과 민간소비 악화에 따른 내수 경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작년 연간 민간소비는 4.9% 감소해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1.5% 감소, 속보치(-1.7%)보다 상향 조정됐으나 여전히 서비스(음식숙박·운수)와 재화(음식료품 등) 소비가 위축됐다.
민간 소비는 쪼그라들고 수출로 버티는 경제 국면에선 1인당 GNI 성장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부는 우리나라 1인당 GNI 규모가 관광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를 넘어설 것으로 자신했지만, 2019년처럼 근소한 격차로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역성장률 -8.8%, 1인당 GNI는 유로화 기준으로 전년보다 7% 감소를 기록했다. 작년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1.14190달러)을 적용해 계산하면, 이탈리아가 3만1790달러로 우리나라 1인당 GNI인 3만1755달러 보다 35달러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