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RCEP 일제히 환영…이코노미스트 "승자는 중국"

by신정은 기자
2020.11.16 17:24:18

中인민일보 "자유무역·다자무역 적극적 역할할 것"
SCMP "중국 지역내 영향력 확대…美과 협상력↑"
글로벌타임스 "中, 제국 아냐…RCEP은 상호 이익 협력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5차 동아시아 화상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회원국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된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무역무대에서 미국이 비운 자리를 이용해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1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RCEP은 세계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무역 체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기념비적인 성과이자 자유무역의 승리와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와 국제 경제가 호응하는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을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스스로 발전뿐 아니라 각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킨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미국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록 RCEP이 노동·환경 기준이 없고, 서비스·투자 부문 조항도 제한적이어서 과거 미국 주도로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비해서는 기준이 낮지만, 코로나19 속에서 세계 경제에 필요한 추동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튜어트 타잇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문 대표는 “이미 아시아 지역 내 무역 규모가 아시아와 미주·유럽 간 무역 규모를 앞지른 상황에서 RCEP은 세계 경제 성장을 계속해서 견인할 것이며 경제의 무게중심을 아시아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고위 무역관리 출신인 허웨이원(何偉文) 중국국제무역학회 중·미·유럽 연구센터 주임은 “지난 3년간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은 아세안과 교역을 상당히 늘렸고 유럽과의 교역도 확대했다”며 “이미 중국 전체 무역의 70%는 아시아·유럽 지역과 이뤄지고 있고 이는 미국과의 협상시 우리에게 협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RCEP의 체결은 무역에 있어 미국에 또 하나의 기상 신호”라며 “세계 무역무대에서 미국의 공백을 이용해 자신들이 경제 성장과 무역, 투자에 있어 신뢰할만한 파트너라는 인상을 심어주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RCEP이 새로운 세계질서에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승자, 미국과 인도를 패자로 지목했다.

중국은 RCEP로 지정학적 이익까지 챙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RCEP을 가리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거나 “구름 속의 빛과 희망”이라고 말한 데에도 이같은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서방의 분석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그들은 중국을 있는 힘을 다해 확장하려는 제국으로 상상하고 있다”며 “그들은 정말 중국을 잘못봤고, 이 시대와 세계도 잘못봤다. RCEP는 개방적이고 평등한 상호 이익의 협력체제”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런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한핑 난징대 교수는 “RCEP 체결은 무역 마찰을 부추긴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RCEP의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대립, 반대, 비방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