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업 패자부활전' 돕는다…신생 벤처 활성화 대책

by김형욱 기자
2018.01.09 16:54:58

창업 실패자 재창업 땐 채무원금 새 법인 지분 형태로 출자전환
벤처업계 '반쪽' 기대…"매년 크고 작은 지원책만…문화 바뀌길"

김동연 경재부총리가 지난해 12월27일 ‘2018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올해 3000억원을 투입해 ‘창업 패자부활전’을 돕는 내용을 포함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매 정부 초기 때마다 쏟아진 실효성 없는 활성화 대책을 봐 온 터라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지난 연말 내놓은 ‘2018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2017년 추경 재원 약 8000억원을 기반으로 민간자금을 추가해 이달 중 1조4000억원 규모 벤처펀드 조성을 마치기로 했다. 당장 2월부터는 개별 기업에 대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청년 창업에 6000억원, 4차산업 혁명에 5000억원, 재기 지원에 3000억원, 지방에 300억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지원받는 곳만 계속 지원받는다’며 불평을 낳았던 보증·대출실적 위주의 지원도 내년부터 민간주도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올 2월 법령 정비 후 입법예고를 거쳐 6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건 3000억원을 투입하는 창업 실패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의 재기를 돕고자 연대보증이나 개인 채무를 매입 후 채무 재조정을 지원한다. 또 이들의 재창업을 돕고자 채무 원금의 상당 부분을 신규 법인의 지분 형태로 출자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키로 했다. 정부가 빚을 떠안는 대신 재기를 노리는 스타트업에 지분투자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거의 해마다 나왔으나 창업 실패자에 대한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자금난 등으로 실패한 창업자에게는 재기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실패한 창업자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18 경제정책방향’ 중 채무조정 프로그램. 창업 실패자의 채무조정을 통해 재창업을 후 상환을 유도하는 제도다. (표=기획재정부 제공)


벤처업계는 반기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지원·활성화 제도는 늘 있었으나 실효성이 없었다며 지원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효율성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화재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한 벤처기업 A사 대표 R씨는 “새 정부 들어 다양한 지원 정책이 나왔다는 건 들었다. 우리가 도움될 프로그램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는 늘 있었지만 신용등급이다 담보다 해서 늘 지원받는 곳만 받아 왔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기업 대표 C씨는 “퍼주는 건 좋지만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때도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돈을 풀었는데 정작 필요한 곳엔 지원이 안 되고, 지원이 필요없는 곳이 지원금을 받아놓고 매 연말이 돼서야 부랴부랴 허투루 소진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벤처기업 문화는 정부의 직접 자금 지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모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온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코인(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자금을 모금하는 게 유행인데 우린 위험성을 이유로 ICO는커녕 코인 규제를 검토하는 문화라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