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KBS, '정부배당· 다큐 이념 논쟁' 방통위 조사 착수

by김현아 기자
2015.02.26 17:57:02

고삼석, 김재홍 등 야권 추천 위원들 문제제기에 사실조사 착수
이기주 위원, 즉석 발언에 불편..조사 자체에도 회의적
KBS 공공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나..방통위의 존재이유는 뭘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100% 출자한 KBS의 공공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할까. 방송정책 및 규제 전문 중앙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26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최근 기획재정부가 KBS에 정부 배당을 요구하면서 관련법에 따른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KBS의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의 조기 종료에 대한 이인호 이사장 발언이 방송법에 보장된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방통위는 사실 조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추천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KBS에 조사할 권한이 있는지, 심의·의결할 만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밝히는 등 방통위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사전규제 같은 시장경쟁의 영역에서조차 공정거래위원회의 사후규제 충분론이 부각하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존재 이유는 무얼까.

고삼석 위원
고삼석 위원은 “기재부가 KBS와 EBS에 정부 배당을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기재부 출자관리과장은 2월 17일 자 업무협조 문서를 통해 지난해 KBS 당기순익 34억 원에 대한 28.58%인 9억 8000만 원의 배당을 요구했고, KBS 이사회는 정부 배당이 포함된 결산안을 가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와 KBS는 모두 관련법 절차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배당 요청 시 적립규모, 부채비율,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정부가 3000억 원을 KBS에 출자하기로 해 놓고 2060억 원만 납입해 840억 원이 미납된 상태라는 점(법이 정한 자본금도 납입 안 됐는데 배당을 요구한 것은 문제)△정부 배당 대상 기업은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거치기 전에 기재부뿐 아니라 관계 중앙관서(방통위)와 미리 협의토록 돼 있는데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 △법에 근거해 배당 요청 시에는 공식 문서로 해야 하는데 기재부 장관의 직인이 없는 문서를 KBS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의결한 점(담당과장의 협조문서로 배당을 요구한 데 대한 부적절성) 등을 지적했다.

고 위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방통위는 정부가 KBS의 법정 자본금 미납액을 내도록 내년도 국유재산 계획에 포함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며 “또한 이 법에 의한 총괄정책과 관련해 세부사항은 중앙관서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으니 사무처는 KBS 행정재산 처분에 대해 앞으로 방통위에 위임이 가능한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에 “KBS가 정부배당을 결정하기 전에 방통위와 협의토록 돼 있는데 이 규정이 2011년 신설돼 충분한 숙지가 안 돼 누락한 것 같다”면서 “어제 KBS가 배당수익기초자료를 보내오면서 기재부 요구에 대해 결산안에는 넣었지만 배당은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일단 이사회만 통과했으니 감사원 감사를 거쳐 국회 승인 전에 여러 것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홍 위원
김재홍 위원은 “KBS 광복 특집 다큐 ‘뿌리 깊은 미래’가 4부작으로 기획됐다 지난 토요일 2회로 종료됐다”면서 “이는 이인호 이사장이 ‘북한 나래이션이 포함돼 있다면서 제작진이 우매하면 이사회가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행히 몇몇 양식있는 KBS 이사들이 방송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PD협회가 즉각 반박성명을 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제기했어야 한다. 이사장은 일반 시청자가 아니어서 말 한마디가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사무처에 △KBS이사회 2월 11일 속기록과 발언내용을 파악하고 △다큐가 왜 갑자기 중단됐는지 배경을 파악하며 △이사장 발언과 방송중단 사태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대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간섭할 수 없다’는 방송법을 위반했는지 엄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성준 위원장은 “2월 11일 이사회 회의 내용에 대해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다만, 거꾸로 방통위가 KBS 편성에 대해 간섭하는 것 같은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되니 이를 유념해서 사실관계 파악 차원에서 해 달라”고 말했다.

이기주 위원
그러나 여당추천 상임위원인 이기주 위원은 공식 안건이 아닌 기타 안건으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위원은 “우선 팩트를 모르겠다. 굉장히 많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즉석에서 제기하는 것보다는 가급적이면 사무처에서도 검토되고 이후 토론되는 게 좋지 않을까한다”면서 이날 회의에 배석한 사무처 공무원에게 “소관이 아닌데 질문받고 그러는 것 같다. 왜 이 자리에 들어왔느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기주 위원은 방통위가 KBS의 정부 배당이나 이사회 의장 발언 논란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의록이나 이런 것을 사무처를 통해 KBS에 확인하고 어떤 형태로든 조사하고 이런 게 적절한 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무처는 방통위가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떤 법적 근거로 어떤 내용을 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하고 이야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KBS 정관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이사회 속기록을 방통위에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