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해야"…계엄 1년에도 여전한 극우 세력, `혐오` 첨병으로
by방보경 기자
2025.12.03 14:46:46
계엄 후 결집한 극우 생태계 `여전`
혐오로 외연 확장해 스피커 역할
전문가 "신념보다는 돈 때문…금전 책임 물어야”
[이데일리 방보경 김현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극우 유튜버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 어게인’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발언에 무게를 실었던 이들은 최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을 주된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혐오 메시지가 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으려면 금전적인 책임 등을 묻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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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한달간 슈퍼챗(유튜브 후원 기능) 수익 100위권 안에 든 정치 유튜버 가운데 탄핵 정국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극우 성향 채널은 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지법 난동 혐의로 극우 유튜버들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지고 배후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채널을 지지하는 후원층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익금은 올랐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지난 8월, 전 목사를 지지해온 유튜버 신의한수는 한 달 만에 약 1398만원의 슈퍼챗 수익을 올렸다. 해당 채널이 탄핵 정국 이후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사법 리스크를 역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송모(32)씨는 판결 이후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빠르게 유명세를 얻고 있다. 송씨는 구치소 안에서 썼던 글을 엮어 책으로 출간하는가 하면, 개인 쇼핑몰을 열어 ‘우파 자영업자들의 물건을 팔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은 초기의 ‘윤 어게인(윤석열 대통령 지지)’나 ‘계엄 찬성’ 구호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이슈를 앞세워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들은 대중운동을 표방하며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30부정선거 파이터즈 소속 조모(19)씨는 “대선 직후 ‘6·3 대선 원천 무효’를 주장했으나, 지금은 ‘이재명 재판 재개’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활동 방향이 바뀌었다”며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이들을 계몽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제도권 정치의 문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자유대학 대표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시민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에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중국 이민자·성소수자·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타깃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 자유대학 등이 오성홍기를 훼손하거나 중국 비하 발언을 하며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단체는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를 활용해 특정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조직적으로 모으고 있는데, 아동학대나 장애학대가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 비밀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안에는 반대표가 2만건을 넘기기도 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나 탄핵 같은 주제는 보수 진영에서도 지겹다고 느끼고, 본인들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극우 유튜버들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주제가 무엇인지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일상에서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가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경우 자정작용에 기대기보다는 법률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은 신념보다도 돈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허위 정보 생산, 유포에 대해 민법적으로 금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지금의 생태계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