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서대웅 기자
2025.02.19 16:28:56
시범사업 성과·본사업 타당성 연구 책임자 인터뷰
정부 제출 보고서엔 "외국인력 도입 고찰 필요"
"본사업 전환해도 비용은 논의대상서 빠져야"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돌봄인력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하고 맞벌이 가정의 돌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관련 본사업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돌봄 관련 사업이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력 도입이 적절한지 고찰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의 타당성 파악을 위해 용역을 맡긴 연구 책임자가 ‘신중론’을 피력한 것이다.
정부 용역을 받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운영성과 연구를 진행한 강정향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 외국인정책연구센터장(숙명여대 객원교수)은 19일 이데일리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을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 수요가 3곳에 불과한 만큼, 시범사업 연장 기간(1년) 동안 본사업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우리 돌봄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이를 더 보완하고 잘 활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10월 연구진 6명을 이끌고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이용가구 실태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부는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시범사업을 오는 6월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전국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도입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정부에 제출한 279페이지짜리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운영성과 연구’ 보고서에서도 “아이돌봄 정책이 여러 각도에서 증대되고 보완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 내 아이돌봄 유형으로 한 외국인력 도입이 현시점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함”이라고 결론 냈다.
강 교수는 본사업으로 전환하더라도 비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이라고 내국인보다 낮은 가격을 줘선 안 된다”며 “서비스 질이 높은 외국인이 있다면 내국인보다 더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업 전환을 검토할 땐 인력이 얼마만큼 부족한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며 “비용은 논의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도 여타 비숙련(E-9) 외국인 근로자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E-9 외국인력은 인건비를 낮추고 싶다고 들여올 수 없다. 내국인을 상대로 구인 노력을 했는데도 구인난이 극심한 경우 정부에 요청해 E-9 외국인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이러한 절차 없이 진행됐다. 오로지 돌봄비용을 깎기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본사업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시범사업의 철저한 평가를 계기로 돌봄 사회의 국가백년지대계를 준비할 때”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내년 2월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가사관리사 보수는 최저임금(시간당 1만 30원)으로 변함이 없지만, 서비스 이용요금은 다음 달 1일부터 현행 1만 3940원에서 1만 6800원으로 21%(2860원) 인상된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이용하면, 월 이용요금은 242만 5560원에서 292만 3200원으로 50만원 가까이 오른다.
정치권에선 외국인에게 더 낮은 가격 책정이 가능하도록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고용 및 직업상 차별 금지 협약)을 탈퇴해야 한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는 주장이 나왔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프리카, 중남미 개발도상국까지 175개 국가가 111호 협약을 비준한 것은 노동 조건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인류 보편의 상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정도도 지킬 자신이 없다면 한국은 ILO 의장국을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