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강원산불 일주일째, ‘제자리 걸음’…“진화, 열흘이상 걸릴 수도”(종합)

by문승관 기자
2022.03.10 18:04:39

오전 11시 울진·삼척·강릉·동해·영월 2만3313㏊ 피해
지난 2000년 고성산불 피해 2만3794㏊ 사실상 넘어서
정부, 동해안산불 특별재난지역外 지역도 다각적 지원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강원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지만 여전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과 장비가 들어서기 어려운 곳을 중심으로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와 응봉산 등 서쪽 지역의 진화가 어려운 가운데 잠잠했던 삼척은 불길이 다시 치솟아 피해면적이 늘면서 진화율이 떨어지는 등 악전고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울진·삼척산불의 진화율도 75%에 답보상태다. 현재로서는 비 소식을 기다리며 더는 불길이 확산하지 못하도록 방화선 구축에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의 수습·복구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신속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10일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석개재에서 바라본 삼척과 울진 경계인 해발 999.7m 응봉산 정상의 남쪽 능선에 울진 산불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병암 산림청장은 10일 울진 봉평신라비전시관 산불지휘본부에서 “화세가 강한 응봉산 구역에 진화헬기와 최정예 산불진화대인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화세를 꺾는 데 총력을 펼치고 있다”며 “울진·삼척산불을 모두 진화하는 데는 열흘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끄는 데도 열흘이 걸렸는데 그것도 비가 와서 잠재웠다”며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종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중진화대원들은 군 특수부대와 같은 최정예대원이지만 현재 피로도가 누적돼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공중진화대가 투입된 곳이 정리되면 진입하는 길이 열려 지상 진화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광리는 이날 오전까지 약 50%가량 진화율을 나타냈다. 산림당국은 ‘산불킬러’로 불리는 초대형 산불진화헬기(S-64) 2대, 대형헬기, 육군 초대형헬기 치누크(CH-47), 블랙호크(UH-60)와 소방·경찰·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헬기 82대를 투입해 물 폭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목숨을 건 야간진화에 나서면서 금강송 군락지로의 산불 확산을 막아냈다. 최 청장은 “내일은 헬기 81대를 가동할 계획인데 더 넣으면 어떠냐고 하겠지만 너무 많으면 사고 위험 있어서 현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현재 진화율이 75% 정도이지만 좀 더 집중하면 진화율도 진척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불은 점차 진화하기 어려운 지형을 중심으로 남아 있고 응봉산 일대는 굉장히 불 세력이 세고 지역이 넓어 쉽게 하루 만에 정리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우리 진화대원들의 피로도는 극심해 빠른 진화와 대원들의 건강·안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했다.



산림당국은 현재 북동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소광리로 불길이 더 커질 수 있어 응봉산 불머리를 잡기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다만 응봉산의 산세가 너무 험해 전문 산악인력과 클라이밍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투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송 군락지에서 야간 진화작전을 펼치고 있다.(사진=산림항공본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삼척산불도 재확산하고 있다. 이날 현재 삼척산불은 울진 경계인 원덕읍 월천리와 산양리를 넘어 사곡리를 지났다. 산림당국은 이날 삼척산불의 주불 진화가 목표라고 했지만 진화한 만큼 피해면적도 늘어나 진화율은 80%에서 이날 오전 65%까지 떨어졌다. 지상 진화인력 300여명이 긴급 투입해 진화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울진·삼척·동해·영월·옥계 등 울진·강원산불로 피해를 본 면적은 서울(6만524㏊) 면적의 약 38.5%에 달하는 2만3313㏊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지난 2000년 강원 강릉·고성산불(2만3794㏊) 피해 면적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최 청장은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을 제외하면 이렇게 큰 산불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동해안 산불피해 수습·복구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울진·강원산불 이재민의 피해를 지원하기 임대료를 감면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자가주택 복구를 희망하는 이재민을 대상으로 재해주택 복구자금을 융자해줄 예정이다. 이재민의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납부 예외를 적용하고 병원과 약국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산불로 사라진 건축물에 대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감면과 납부유예도 추진한다.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융자와 보증 요율 우대, 기 대출에 대한 상환유예와 만기연장도 이뤄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전해철 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주민이 온전하게 일상생활 및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진화를 완료한 후 피해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각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