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돗물 피해원인, '역방향 공급' 추정…영종까지 오염

by이종일 기자
2019.06.13 21:18:11

전문가 "수돗물 피해, 수계전환 영향"
수압 증가·역방향 공급 ''침전물'' 추정
市, 영종도 피해지역 포함…지원사업

인천 서구 한 가정집에서 수돗물에 20분 가량 노출시킨 물티슈에 까만 이물질이 묻어 있다. (사진 = 서구 주민 페이스북 캡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수돗물 이물질 피해 원인이 수계전환(물길 변화)에 의한 수압 증가와 역방향 공급으로 추정됐다.

인천시는 이전까지 서구만 피해지역으로 보고 지원사업을 벌였으나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영종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13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본부) 등에 따르면 관로전문가들은 수돗물 피해 원인을 수계전환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번 피해는 본부가 지난달 30일 오전 8시~오후 6시 인천 북부권(공촌·부평 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의 전기설비 점검에 의한 단수를 예방하려고 수계전환을 실시한 후 발생했다.

본부는 풍납취수장의 물 공급을 10시간 동안 중단하는 대신 팔당취수장 물을 인천 남동구 수산·남동 정수장을 거쳐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에 공급했다. 이를 위해 기존 막아뒀던 서구 가좌동과 원창동 인근의 관로 밸브 2곳을 열었다.

수계전환 전에는 풍납취수장에서 공급된 물이 북부권 서구 공촌정수장으로 들어왔다가 인근 배수지(정화·보관시설)를 거쳐 서구와 영종지역 가정집 등으로 공급됐다. 그러나 10시간 동안 수계전환을 통해 남부권 수산·남동 정수장에서 북부권 서구와 영종지역으로 공급하면서 물이 기존과 반대방향으로 흘렀다. 또 역방향으로 물을 공급하려고 평소보다 10% 정도 수압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수압이 높아진 물이 역방향으로 흐르면서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 수도관로에서 침전물을 탈락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서구와 영종지역 적수(붉은 물) 현상도 이 영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본부 관계자는 “평소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관로 안에 결이 형성될 수 있는데 역방향으로 흐르면 기존 결을 훼손해 침전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정확한 원인 조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지역 수계전환은 올 4월에도 한 차례 했는데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좀 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영종 적수사태 역시 수계전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영종주민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인천시는 영종은 적수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박 부시장은 “그동안 영종 적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영종지역 피해주민에게 서구와 동일한 지원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구 검암·검단·청라, 가정동, 신곡동, 영종지역 주민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만건이 넘는 수돗물 피해신고를 인천시 등에 접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적수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시는 피해지역에 생수를 공급하며 수도세 감면 등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