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울진·삼척산불, 진화 장기화 가능성

by문승관 기자
2022.03.07 18:30:12

진화율 50%에서 지지부진…산림청장 “면적 넓고 화세 너무 쎄 상당한 시간 필요”
중대본, 울진·강원 산불 피해 면적 1만9553㏊…서울 면적 32.3% 잿더미로 변해

[울진·삼척=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울진·삼척산불이 나흘째로 접어들었으나 진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지지부진하다. 이날 바람이 잦아드는 등 기상 여건이 호전되면서 소방·산림당국이 주불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현장에 짙은 연기와 안개로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실상 주불 잡기에 실패한 당국은 8일 오전까지 주불잡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기상 여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데다 연기와 안개가 섞이면서 산불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에 타버린 울진 북면 소곡리 마을 모습(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오전 11시 기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울진·삼척·동해·영월·옥계 산불 등으로 피해를 본 면적은 서울(6만524㏊) 면적의 약 32.3%에 달하는 1만9553㏊(울진 1만4701, 삼척 772, 영월 80, 강릉 1900, 동해 2100 등)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상태에서만 2000년 이후 최대 피해 규모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산불 진화 진도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50%에서 추가로 진도율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한구역 한구역이 보통 산불의 대형 산불과 비교할 정도로 넓은 면적이다 보니 헬기를 59대나 투입해 진화했으나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구역이 너무 넓어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 구역 완전 진화는 내일 어렵다고 보고 부분적인 소나무군락지와 인접한 지역의 화선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불 진화 작업의 장기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오늘 바람은 남서풍이 불어 작업하기엔 좋아서 공세적 작업을 했음에도 면적이 너무 넓어 작업량이 쌓여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생각보다 화세가 너무 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산림·소방당국은 전날에 이어 밤새 방화선을 구축하고 금강송 군락지까지의 불길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와 울진읍을 가로지르는 36번 국도에 ‘배수진’을 치고 진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청장은 “국가적으로 소나무군락지가 가장 중요해 이쪽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지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산불방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겨울 가뭄과 강풍으로 올해는 예년에 비해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어제까지 발생한 산불은 2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잠깐의 방심과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산림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데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히 올봄과 같이 불리한 기상 여건에서는 앞으로도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 2개월여 간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해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고의나 과실로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며 “최근 발생한 산불도 발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고의나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조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