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이낙연은 '부상'vs총리 출신 황교안은 '내우외환'

by유태환 기자
2019.08.13 18:04:01

대표적 與野 대권 주자, 日정국서 입지 갈려
李, 야권도 특사 언급할 정도로 존재감 상승
黃, 보수통합 논의에서조차 주변부로 밀려나
"선거로 커 온 인물, 관료 출신과 차원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재임이 확실시되는 정치인 출신 국무총리와 민주화 이후 유일하게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국무총리 출신 정치인.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이낙연 현(現) 총리와 박근혜 정권 마지막이자 직전 총리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력이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배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 정국에서 여야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인 두 인사의 입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자 시절 일본 특파원으로 일하는 등 일본통인 이 총리는 야권에서도 대일(對日) 특사파견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정치권 안팎에서 존재감이 날로 부상(浮上)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황 대표는 주요 당직의 친박(박근혜) 독식·여권의 친일프레임 공세 논란 등에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8·9 개각에서도 잔류가 확정된 이 총리는 오는 10월이면 김황식 전(前) 총리가 가지고 있던 약 2년 5개월의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는 얘기로 여권에서도 “어떻게든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이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격전지와 험지 유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언급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대 총리로 탄탄한 인지도를 쌓은 만큼 당의 선거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당내 세력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총리로서도 이런 행보가 나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리는 당내에 있었을 당시부터 현 여권 주류인 친문(문재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정부질문 등에서 야권과 각을 세워 ‘사이다 총리’로 불리지만 의외로 보수 야당 내에서 평가도 나쁘지 않다. 한국당 관계자는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운동권이 사고 치면 수습하는 게 이 총리 아니냐”며 “현 정권에서 그나마 능력도 있고 괜찮은 인사”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대권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처럼 민주당 내에서는 영남 출신 인사가 대선 승리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강원 양구군 양구읍 축산농협에서 열린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주민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총리와 반대로 황교안 대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2·27 전당대회 이전으로 회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보수대통합 논의에서조차 주변 인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분위기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와 견해가 다른 국민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사람이었다”는 등의 얘기를 꺼내면서 스스로 친일·반일 프레임에 말려들어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한국당에서 ‘나는 친일이 아니다’는 식의 얘기를 꺼낼수록 오히려 점점 친일·반일 구도라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외쳐온 보수대통합 이슈에서도 주변부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통합을 언급하고 당 안팎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구애를 보내면서 보수대통합론에서 ‘황교안’ 이름 석 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황 대표 주변에서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말실수나 설화, 당 지지율 하락 등의 과정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늘공(늘 공무원) 출신 황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황 대표가 정치 경력이 짧다 보니 아직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이라며 “결국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연습을 더 많이 하고 단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관료출신들이 정치력이 생각보다 훨씬 떨어진다”며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선거를 통해 정치권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해 온 인물들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어 정치권에 오자마자 거품이 꺼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