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오피스 비는데 '물량폭탄' 경고등…결국은 '될곳될'

by이배운 기자
2025.03.12 18:04:22

4분기 서울오피스 공실률 0.9%p↑…4년만 최대폭
CBD 공실률 9.9%…침체된 경기에 본사이전 행렬
7년내 471만㎡ 추가공급 예정…현 시장 45% 수준
'랜드마크 오피스'로 수요 쏠리며 양극화 심화될듯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주요 권역 대형 오피스의 공실률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수년 내 대량의 물량공급을 앞두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하고, 같은 서울 내 오피스라도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도심업무지구 전경 (사진=이데일리)
12일 부동산 투자자문 업체인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서울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4.9%로 전 분기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이는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특히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도심업무지구(CBD)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9.9%로 서울 전체 공실률 상승을 견인했다. 일반적으로 공실률이 7% 이상이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외곽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곡, 용산, 성수 등 신흥 업무권역이 떠오르면서 수요 분산에 더욱 속도가 붙는 추세다.

이처럼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가 비어가는 추세인 가운데, 수년 내 대량의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어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도심업무지구(CBD), 강남업무지구(GBD), 여의도업무지구(YBD)의 오피스 시장 규모는 약 1058만㎡다. 그런데 2031년까지 추가 공급 예정인 개발 사업의 총 규모는 471만㎡로 현 시장 규모의 45%에 달한다.



특히 전체 물량 중 389만㎡는 CBD에 집중됐다. 가뜩이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CBD에 현재 수준의 78%에 달하는 물량이 7년 내 추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공급을 수요가 소화하지 못하면 임대인 간 가격경쟁은 심화하고 오피스 시장 전반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권역 내 최고 수준의 랜드마크 빌딩을 일컫는 ‘프라임 오피스’는 오히려 수요가 몰리면서 가치가 뛸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오피스 시장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오피스 시장은 프라임 오피스와 일반 오피스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권역별 주요 프라임 오피스는 △종로구 그랑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여의도 파크원 △여의도 IFC 등이 있다.

CBRE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고 임대료가 하락세로 전환한 중에도 프라임 오피스는 우수한 입지와 시설 등을 바탕으로 임대료 방어에 성공하면서 일반 오피스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고품질 오피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지불 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피스 시장의 프리미엄화와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